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8월 통화정책회의(2일)에서 던진 힌트는 '단기국채 매입'이고, 독일 역시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당분간 스페인 국채의 장·단기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7일 우리선물 리서치센터 강판석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나를 믿어달라'며 시장의 기대치를 높여 놓았지만, 국채매입 여부에 있어서는 '…할 수도 있다'라는 표현으로 시행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데다 '수 주일 내에 구체화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 역시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다음 행보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단서를 남겼다"며 "이는 지금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기존의 국채 매입 방식인 SMP와 다른 것이며 이 방안은 '단기물을 위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점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욱이 그 동안 유럽연합 규정을 언급하며 SMP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정책은 SMP와 다른 것이며 ECB의 권한 안에 들어있어 규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단기물일까. 강 연구원은 "ECB는 그간 일부 채권시장에서 '예외적인'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구제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7월 24일과 유럽 정상회의 직후인 7월 1일 국채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스페인 국채금리는 2, 3년의 단기물을 위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는 것.

강 연구원은 "이때부터 단기물이 장기물 금리를 뛰어넘는 '예외적인' 수익률 곡선이 나타났으며, 시장은 결국 이 시점부터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곧 유로화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국채 매입에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독일 역시 현재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독일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의 국채 규모가 가장 커 ‘물가상승’과 ‘독일의 희생’을 이유로 유로화 붕괴까지 이르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도 무조건 국채매입이 아닌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정상화하는 정도’는 용인할 것"이라며 "당분간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