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와 관련해 "이제 유로존 위기의 최대 관건은 스페인 국채 매입의 신청 시기와 이 사안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해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로존 문제는 지난 6월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신청과 유사하게 이번에는 스페인 정부로 하여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유로안정화기구(ESM)에 대한 국채매입 신청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2일 스페인이 공식적으로 국채매입을 신청해야만 ECB가 국채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반면 여전히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이러한 ECB의 국채매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 다만 정부는 ECB가 권한 내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밝히며 ECB를 지원하는 등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라호이 총리는 ECB의 경제위기 극복 계획이 확정되고 나면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기존 입장에서 한 발 후퇴했다"며 "이탈리아 정부 역시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스페인보다 먼저 신청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치며 역시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스페인의 EFSF·ESM 국채매입 신청과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이 이제 혼용되어 사용되는 분위기라는 것.

이 이코노미스트는 "일부에서는 이러한 액션이 유로존 위기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ECB의 시간 벌기와 4분기 유로존 정책당국의 정치적 합의에 의한 유로존 위기 해결책은 점점 약화되는 분위기"라며 "스페인의 국채매입 신청이건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이건 용어가 무엇이든 간에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위기가 과연 진정될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경계했다.

이에 따라 8~9월 유로존 위기 해법 공백 국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항은 스페인 정부의 국채매입 신청 가능성 및 그 파장이라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그는 "우선 스페인의 국채 매입 신청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데 이는 경기침체와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은행 부실 지속, 지방정부 재정악화 등에 직면한 스페인 정부로서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7%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재개할 경우 결국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페인 정부로서는 ECB가 조건 없이 SMP를 재개해 국채금리를 안정시켜 주기를 바라지만, ECB가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채매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스페인 정부가 국채매입을 신청할 경우 이를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으로 볼 것인지 또는 은행 구제금융 신청과 유사하게 스페인 재정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볼 것인 지 여부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전자의 경우라면 스페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오히려 국채 발행시장에서 퇴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며, 후자라면 스페인 국채금리의 하향 안정에 의한 위기 진정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관건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이 사안에 대한 해석이 될 것"이라며 "만일 국제신용평가사가 이를 계기로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단계로 강등한다면 유로존 체제와 관련된 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신청 당시처럼 스페인 국채 신용등급과 무관한 사안으로 인정할 경우 큰 후유증 없이 스페인 국채금리의 하향 안정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스페인 정부의 국채매입 신청 여부와 그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이 이코노미스트는 판단했다. 그는 "한가지 분명한 점은 국채매입을 신청하더라도 그 시기는 9월 12일 독일 헌재의 ESM 위헌 소송이 마무리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전까지는 계속해서 스페인발 유로존 위기의 굴곡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ECB의 정책 기대가 상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