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규제 법안을 내놓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사실상 정책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포함한 48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이 강사 섭외와 아젠다 세팅 등을 맡아 모임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 최고위원을 만나 일련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과 특히 논란의 대상인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치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면 독재 폐해가 있듯이 경제권력도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있다.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률, 수출 등 지표는 좋아졌지만 실제 생활은 어렵다. 재벌의 문제, 경제권력의 집중 문제가 (경제의)선순환 작동을 막는 부분이 있다. 아랫목은 따뜻한 데 반해 윗목이 차갑다면 보일러 공사가 필요하다. 우리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를 ‘보일러 공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와는 무엇이 다른가.

“재벌은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우리는 이를 모두 인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재벌은 무조건 악이고, 해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부를 창출한 측면도 분명 있는데, 이 기능을 최대한 도와주되 내수시장에서 엄청난 힘을 갖고 잠식하고, 불공정행위를 한다면 이를 바로잡아주자는 것이다.”

▷3호법안은 순환출자로 인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가공의결권이란 개념이 정확히 뭔가.

“기본적인 컨셉트는 직접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제한을 하자는 것이다. 원칙적인 방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건희 삼성 회장과 총수 일가가 갖고 있는 지분은 0.99%(2011년 기준)다. 직접 지분의 합은 1%가 안 되지만 전체 그룹을 지배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제한을 두자는 것이다.”

▷기업마다 다른 소유구조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있나.

“LG처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은 해당이 안 된다. 순환출자 기업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의결권 제한은 사실상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라는 것이고, 이는 곧 재벌의 지배구조 와해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순환출자를 언제까지 해소하라는 게 아니다. 소유는 인정해주되,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이다. 주식을 반드시 팔 필요도 없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재벌 해체는 아니다.”

▷순환출자를 못하게 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 많다. 당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주주 증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로펌 관계자들까지 다 불러 세밀히 조사했다. 경영권 위험, 그런 문제가 생기는 대기업은 하나도 없다.”

▷모든 대기업의 지분구조를 샅샅이 살펴봤나.

“전문가들을 통해 다 들여다봤다. 그런 위험은 없다.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하는 얘기는 괜히 죽는 소리 하는 것이다. 설사 지분구조가 취약하더라도 지배구조가 복잡한 국내 재벌을 인수할 외국자본이 있겠나.”

▷주식회사의 원리가 타인의 가공자본을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가공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건 주식회사의 기본 개념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주식을 5% 가진 사람이 95%를 가진 사람을 압도하면 공정한 건가’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100% 지배하는 것을 고치자는 것이다.”

▷의결권을 제한하면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의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순환출자까지 건드리는 게 된다.

“대선 공약은 대선 공약이고, 모임은 모임대로 움직인다. 공약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이 있다면 계속 해나갈 것이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나 당내에서 이견도 있는데.

“맞다. 경제민주화 자체를 반대하는 분도 있다. 모임에 참여한 인사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일부 의원은 좌파나 할 수 있는 일을 왜 우리가 추진하냐고 대놓고 반대의견을 제기한다. 하지만 큰 흐름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김종인 박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격려를 많이 해주고 있다. 당론이 안 되더라도 이 공감대를 갖고 꾸준히 가겠다.”

▷중차대한 법안을 내놓기엔 모임 참여 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위 좌파 경제학자로 불리는 전문가나 대표적인 우파 쪽에 계신 분들까지 다 모셔서 스터디를 열심히 했다. 때로는 좌·우파 극단끼리 싸움도 붙여보고 어느 쪽 논리가 맞는지도 검증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게 바람일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의지는 절대로 여기서 끝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으로서 경제민주화를 민주당보다 더 선명하게 추진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가 경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을 왜 하겠나. 우리 지지 기반인데. 자본주의가 지속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은 어디까지 건드릴 계획인가.

“지금은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생활에서 불공정한 부분들을 건드릴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계약 문제, 네이버의 횡포, 비정규직 차별 문제, 조세정의를 세우는 것 등도 검토할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