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런던올림픽 사격 50m 권총에서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가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최영래(30)는 국제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도 2010년이 처음이었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나 세계선수권대회 경험도 없다. 사격 입문도 단양고 1학년 때로 남들보다 늦은 편이고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최영래는 2010년 한화회장배 전국대회 공기권총 우승으로 진종오의 대회 3연패를 저지하고 여세를 몰아 그해 하반기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특히 올해 초 여섯 차례에 걸쳐 치러진 선발전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이대명(24)을 제치고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최영래는 런던 무대를 밟기까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선전과 이대명의 탈락은 사격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영래는 런던으로 출국하기 불과 2주일여를 앞두고 종기가 생겨 급작스럽게 수술을 받았다. 제대로 서서 훈련도 못 할 상태여서 이 때문에 다시 한번 이대명과의 엔트리 교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영래는 확고한 출전 의지를 보였고 바라던 올림픽 무대에서 첫 출전에 막판까지 선두를 달리는 선전을 펼치며 은메달을 거머쥐면서 그동안의 ‘무명 설움’을 털어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