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3호 법안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입법화한 것 역시 가공의결권 규제에 못지않게 강력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출자총액제한제 하에선 출자 여력이 있으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출자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규제가 신설되면 이 같은 선택권이 사라진다.

특히 기존 순환출자 고리상에 있는 계열사에 대한 출자뿐 아니라 새롭게 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계열사에도 출자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기업들은 자금 조달, 계열사를 통한 경영권 방어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모회사(A)와 자회사(B)가 있다고 가정하자. B사가 신규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항해야 할 경우에도 A사는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규제를 개별 그룹에 적용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대규모 적자를 본 삼성카드가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대주주인 삼성전자는 5000억여원을 투입해 삼성카드를 살렸다. 그러나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앞으로 이 같은 증자는 불가능해진다. 삼성전자와 삼성카드는 순환출자 구조상에 있어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