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電車) 군단을 빼면 올 들어 업종지수가 오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 철강 화학 정유 업종은 세계적인 수요 부진에 힘겨워했다. 유통 제약 등은 내수 침체와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침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소속된 업종이 불황의 늪에 빠졌더라도 ‘독야청청’하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경쟁자에게 파고들 틈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시장을 장악했거나 시대 흐름에 맞게 변신하는 데 성공한 업체들이 주인공이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업종이지만 꾸준히 성장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기업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블루오션’을 잡았더니…

코스닥 상장사인 로만손은 올 들어 128.2% 올랐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섬유·의복업종지수가 21.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원동력은 지난해 선보인 ‘J에스티나’ 핸드백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시계만 만들던 로만손은 기존 보석업체들이 30대 이상 여성에 주력하는 것에 착안, 10~20대를 겨냥한 고급 주얼리 시장에 뛰어든 뒤 핸드백으로 분야를 넓혔다.

거래량 감소로 신음하고 있는 증권업종에선 키움증권이 단연 돋보인다. 증권업종지수는 올 들어 2.1% 하락했지만 키움증권은 7.9% 상승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이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서도 키움증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덕분이다. 키움증권은 160만명에 달하는 HTS 고객을 앞세워 2010년 9월 19%에 불과하던 MTS시장점유율을 현재 3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발빠른 변신의 승리

온라인게임업체 위메이드는 ‘발빠른 변신’으로 불황을 이겨낸 케이스다. 게임의 중심축이 PC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작년 초부터 모바일 게임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다. 4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부터 다양한 모바일 게임이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덕분에 PC게임 유통사업이 주력인 네오위즈게임즈가 올 들어 ‘반토막’으로 쪼그라드는 등 게임업종 주가가 평균 16% 빠지는 동안 위메이드는 33.5%나 올랐다.

정보기술(IT) 소재 업체로 변신 중인 한솔케미칼도 올 들어 업종지수(-5.3%) 대비 좋은 주가 흐름(5.1% 상승)을 보이고 있다. 제지 섬유에 주로 쓰이던 과산화수소의 사용처를 반도체 세정 및 디스플레이 식각용으로 넓힌 덕분이다. 반도체용과 디스플레이용 과산화수소는 영업이익률도 높은 편이어서 매출 확대와 함께 수익성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규제 무풍지대’를 잡아라

올 들어 롯데쇼핑 이마트 등 유통 대표주들은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월 2회 휴무’ 규제로 인해 신음하고 있지만 GS리테일은 예외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인 편의점(GS25)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SSM이 규제를 받으면서 장사가 더 잘되고 있다. GS리테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468억2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4% 증가했다. 주가 역시 올 들어 6.3% 상승했다.

호텔신라도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규제 대상이 아닌 데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에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229.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약가 인하 정책의 ‘무풍지대’였다. 개량신약 개발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한 약을 제약사에 팔거나 기술을 이전해 로열티를 받는 만큼 약가 인하의 직접적인 타깃에서 벗어나 있다.

오상헌/임근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