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무역 규모 세계 9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정부, 기업, 근로자들이 세계시장에서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얻어낸 결실이다. 그런데 안보가 든든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안심하고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이어 GPS 위협이 계속됐을 때 경제학계나 금융계 인사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대책은 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군의 어깨가 참 무겁겠다’고 느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보가 최상의 가치라고 배워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민주화, 경제, 복지 등이 앞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과 GPS 교란 등 공세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공개적으로 종북을 논의할 정도로 연성화됐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지만 경시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건강을 잃으면 돈도, 명예도 아무 소용없듯이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학교공부도, 경제활동도, 소유권도 무의미해진다.

나아가서 안보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역할도 많다. 민간수요만으로는 개발이 어렵지만 안보상 필요하면 방산기술로 개발해 산업 부문에서도 활용한다. 헬리콥터 날개, 고출력 파워팩, 레이더와 탐색기, 적외선 영상장비 등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제 저변에는 핵심 방산기술이 깔려있다. 방산이 약한 선진국은 보지 못했다. 방산수출도 그 일환이다. 무기는 한 번 수출하면 20~30년을 사용하고 부품, 정비, 성능 개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세 배의 후속수출이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서 우리의 방산기술은 이제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첨단무기를 개발해 수출까지 하니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린다. 이쯤 되면 방산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편 세계적으로 전쟁이 줄어드는 대신 위협은 증가하는 추세다. 위협은 군사력으로 자국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하는 전쟁과는 다르지만 테러, 해킹, 불법무기 등을 동원해 불안전성을 키운다. 우리의 금융전산망, 통신망, 사회간접자본 관련 네트워크 등이 침해받으면 경제 전체가 마비된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위협이 전쟁보다 오히려 클 수도 있다.

국가안보에 대한 투자는 적정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안보 투자가 실제 요구되는 방위력 수준에 미달하면 전쟁의 위험이 점점 커진다. 복지재원은 무기예산을 삭감해서 확충하면 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 최상의 복지는 안보가 유지될 때 달성되기 때문이다.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적정 수준의 국방비 투자도 지속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보험이기 때문이다.

노대래 < 방위사업청장 dlnoh@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