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및 생활용품업체인 가오는 최근 ‘샤워타임 버블’이라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목욕할 때 비누 대신 사용하면 욕조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욕조가 없는 좁은 집에서 생활하는 독신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일본 내수시장에 ‘3S’가 성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3S는 ‘Small(소형제품)’ ‘Single(1인 가구)’ ‘Senior(고령층)’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령화, 저출산, 결혼 기피 등으로 일본 사회에 혼자서 생활하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독신자와 노인을 겨냥한 소용량 제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독신가구는 총 1588만5000가구(2010년 기준)로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2%에 달한다. 부부와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전통적인 가정(1458만8000가구)보다 100만가구 이상 많다. 독신가구가 ‘부부+자녀 가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식품업체들도 독신자용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가공식품업체 고바야시가 2009년 발매한 ‘잘 구운 생선팩’ 시리즈가 대표적. 다양한 생선을 한 토막씩 가공해 포장한 제품으로 최근 들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밖에 ‘3장짜리 식빵’과 3분의 1이나 4분의 1 토막으로 포장한 ‘커트 채소’,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 시리즈’도 인기다.

생활용품이나 음식뿐만 아니라 주류 시장에서도 ‘3S’는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시끌벅적한 회식이 아니라 조용히 혼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저알코올 제품과 칵테일 등이 잘 팔리는 이유다.

대신 1ℓ 이상의 대용량 제품은 매장에서 사라지는 분위기다. 편의점 체인인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예년 올림픽 때는 매장마다 대용량 맥주와 콜라를 진열하라는 지시가 본사에서 어김없이 내려왔지만 이번 올림픽 때는 별도의 전달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한 방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던 문화는 이제 옛날얘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업체도 ‘3S’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포장이사업체인 야마토홈컴비니언스는 독신자용 이사 서비스를 이달부터 선보였다. 덩치가 큰 가구나 가전제품 없이 박스 몇 개만 옮기는 이사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