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에 오르는 자금담당 부서장 회의를 뭣하러 합니까. 그냥 안 하고 말지요.”

매달 둘째 화요일 열리는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서장 회의는 앞으로 당분간 열리지 않는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이 이뤄진 창구라고 지목을 받은 후유증이다.

이 회의는 19개 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의 자금전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자금담당 부서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장소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 16층 중식당 ‘뱅커스클럽’이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방도 아니고 다른 손님들이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공개된 홀에서 식사했고, 한국은행 국장급 1명이 참석하는 자리”라며 “이런 데서 담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느냐”고 억울해했다.

간담회에서 그간 논의된 내용을 짚어보면 특별히 의혹이 갈 만한 내용은 없다. 회의 주제는 그때그때 불거진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볼커룰 규제 상황을 공유한다거나, 코리보 정보를 외국계 통신사에 제공할지를 결정한다거나, 전자증권법 관련 태스크포스 운영 경과를 설명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자금담당 부서장 회의가 ‘비밀 모임’이었고 ‘담합의 창구’였다면 공정위는 왜 회의 기록 같은 것을 보여달라는 이야기조차 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거창하게 제기한 CD 금리 담합 의혹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동수 위원장이 “관련 조사에 1~3년이나 걸릴 것”이라고 할 정도니 이번 정부에서 결론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대규모 담합 조사의 생채기는 여기저기 남아 있다. 자금담당 부서장 회의와 같은 소통 경로가 사라진 것뿐 아니다. 정부 정책의 영향력도 앞으로는 크게 반감될 전망이다. B은행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것도 담합이라고 하니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한국계 은행들의 법적 위험과 평판 위험이 커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4500조원에 달한다는 CD 금리 파생상품 시장은 물론, 코리보 등 다른 금리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뒷감당도 못할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에 금융권은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