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에르메스가 선택한 한국 미술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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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구동희·잭슨홍 등 3명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 작품전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 작품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3층 전시장 에르메스 아뜰리에 한쪽에는 높이 177㎝의 하얀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을 따라 놓여 있는 발 받침대에 올라서면 가림막 너머를 볼 수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출입구가 없는 텅빈 공간 아니면 맞은편 가림막 너머로 무언가를 찾는 관람객의 얼굴뿐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주관하는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로 선정된 설치작가 이미경 씨(46)의 출품작 ‘가림막’(사진)이다. 이씨는 “관람객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전시에 참여할 방법을 생각하다 가림막을 떠올렸다”며 “에펠탑을 찾은 관광객이 마침 공사 중인 에펠탑에 둘러 쳐진 가림막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가는 허무한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와 잭슨홍, 구동희 씨 등 3명의 작가가 올해로 13회째인 아르메스재단 미술상의 최종 후보에 올라 작품전을 통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00년 제정된 이 미술상은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양아치, 김상돈 등 쟁쟁한 작가들이 받았다. 에르메스재단은 매년 한국의 젊은 유망작가 3명을 선정해 이들의 작품 제작과 전시를 지원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000만원을 준다. 9월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 이들 3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를 비롯해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구동희 씨(38)는 비틀스 앨범 ‘화이트’의 수록곡에서 이름을 따온 설치작품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 시리즈를 걸었다. ‘나선형 미끄럼틀’이라는 헬터 스켈터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에 착안해 둥근 모기향을 나선형으로 이어 붙여 집처럼 꾸민 작품이다. 미로 같은 검은 집 안쪽으로 빙빙 돌아들어가면 냉장고 안팎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휘파람 소리와 모깃소리, 비틀스의 음악에서 파생되는 사운드 등 잡다한 오브제가 어우러져 공감각적인 미감을 자아낸다.
디자이너이자 미술가인 잭슨홍(41)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 기법을 조형화했다. 계란, 기도하는 천사 등 일상의 오브제를 실제 크기보다 1.5배 정도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좌대에 배치했다. 작가는 “디자인된 공산품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생활 공간에서 쓰이기 때문에 종종 제멋대로 세상을 오염시킨다”며 “조각상이지만 움직이는 동적인 순간을 포착한 일종의 가벼운 농담 같은 작품들”이라고 귀띔했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최종 수상자는 오는 9월13일 발표된다. (02)544-772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주관하는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로 선정된 설치작가 이미경 씨(46)의 출품작 ‘가림막’(사진)이다. 이씨는 “관람객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전시에 참여할 방법을 생각하다 가림막을 떠올렸다”며 “에펠탑을 찾은 관광객이 마침 공사 중인 에펠탑에 둘러 쳐진 가림막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가는 허무한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와 잭슨홍, 구동희 씨 등 3명의 작가가 올해로 13회째인 아르메스재단 미술상의 최종 후보에 올라 작품전을 통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00년 제정된 이 미술상은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양아치, 김상돈 등 쟁쟁한 작가들이 받았다. 에르메스재단은 매년 한국의 젊은 유망작가 3명을 선정해 이들의 작품 제작과 전시를 지원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000만원을 준다. 9월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 이들 3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를 비롯해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구동희 씨(38)는 비틀스 앨범 ‘화이트’의 수록곡에서 이름을 따온 설치작품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 시리즈를 걸었다. ‘나선형 미끄럼틀’이라는 헬터 스켈터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에 착안해 둥근 모기향을 나선형으로 이어 붙여 집처럼 꾸민 작품이다. 미로 같은 검은 집 안쪽으로 빙빙 돌아들어가면 냉장고 안팎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휘파람 소리와 모깃소리, 비틀스의 음악에서 파생되는 사운드 등 잡다한 오브제가 어우러져 공감각적인 미감을 자아낸다.
디자이너이자 미술가인 잭슨홍(41)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 기법을 조형화했다. 계란, 기도하는 천사 등 일상의 오브제를 실제 크기보다 1.5배 정도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좌대에 배치했다. 작가는 “디자인된 공산품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생활 공간에서 쓰이기 때문에 종종 제멋대로 세상을 오염시킨다”며 “조각상이지만 움직이는 동적인 순간을 포착한 일종의 가벼운 농담 같은 작품들”이라고 귀띔했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최종 수상자는 오는 9월13일 발표된다. (02)544-772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