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3층 석탑' 쌓아라
은퇴 후 소득원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금에 드는 것이다. 연금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흔히 잘 알고 있는 국민연금 외에도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 사람의 노후 생활을 풍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3층 연금’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3층 보장구조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3층의 노후 소득 보장체계를 쌓는 것을 뜻한다.

공적연금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연금들이 있다. 특수 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1차 소득원이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받게 되는 돈이다. 과거엔 퇴직금으로 한꺼번에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금세 목돈을 써 버릴 위험과 회사의 파산 등으로 지급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퇴직연금제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상품에 가입해 꼬박꼬박 돈을 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을 시행하며 근로자의 퇴직연금 중간정산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 또 개인형퇴직연금(IRP) 제도를 도입하는 등 퇴직연금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기초생활 보장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이다. 한동안 ‘고갈되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아 불신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금기금 적립액이 2060년께 고갈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이상, 정부가 빚(국채 발행 등)을 내서라도 연금액 지급은 이뤄진다. 지금 국민연금의 고갈 우려를 얘기하는 것은 이에 대비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빠르든 늦든 연금개혁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지금 국민연금이 ‘낸 돈에 비해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한 차례 개혁했지만 낸 돈(소득의 9%)은 그대로 두고 받는 돈만 조금 줄인 것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가급적 빨리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개인의 재테크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뜻이다. 의무가입 대상인 직장인과 달리 전업주부 학생 등은 소득이 없어 가입할 의무는 없다. 이들을 위해 국민연금은 ‘임의가입’이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월 소득을 99만원으로 추정해 월 9만원씩 납부하면 만 65세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과 달리 회사의 보조(보험료의 50%)를 받지 않는 자영업자들도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지역가입자로 가입해야 한다. 의무이기도 하거니와 재테크 측면에서도 민간 금융회사 상품보다 훨씬 낫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회사에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 상품이 대다수다. 연금의 특성상 20~30년 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물가상승률 반영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연금 '3층 석탑' 쌓아라

◆안정적 생활 위한 퇴직연금

퇴직연금이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5인 이상 사업장에 시범 도입됐고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에 가입하도록 의무화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5년 말 163억원에서 작년 말 5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가입 기간 10년 이상, 만 55세 이상이 돼야만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담보 제공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적립금 운용 책임에 따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작년 말 기준 가입자들을 살펴보면 DB형 가입자가 75.2%로 4명 중 3명꼴이었다. DC형은 상대적으로 적은 16.2%를 차지했다.

퇴직연금을 가입한 경로는 주로 은행(48.6%)이 많았고 생명보험회사(25.6%)가 그 다음이었다. 퇴직연금은 은행에서 가입하느냐, 보험사에서 가입하느냐, 증권사에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상품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상품군을 비교한 뒤 선택해야 한다. 상품 유형별로는 원리금 보장상품이 92.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정기예금으로 돈을 굴리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노린다는 DC형 가입자 중 상당수도 사실은 예금으로 돈을 굴리고 있었다.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계속 적립할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A)도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률이 투자 수익률보다 높다면 DB형을, 그 반대라면 DC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시행 중인 근퇴법은 IRP라는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퇴직연금에 가입했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이 돈은 IRP라는 계좌로 자동 이체된다. 이 계좌는 본인 퇴직금 외에도 개인 돈을 연간 1200만원까지 추가로 넣을 수 있다. 통상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더 후한 금리와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도 요긴할 수 있다. 다만 언제든 돈을 찾아갈 수 있는 일반 계좌와 다르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여유 생활 위한 개인연금

개인연금은 스스로 상품을 골라야 하는 만큼 가입자가 상품 구조와 예상되는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은 대부분 55~65세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40대 후반~50대 초반 실직 등의 위험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으로 나뉜다. 세제적격 연금상품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연간 납입 보험료 중 4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만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 형태로 지급받아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와 연금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상품도 있다. 대신 45세 이후 연금을 탈 수 있으며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받는다.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이 해당된다. 다만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비과세 혜택 등에만 현혹되지 말고 노후 대비 목적에 충실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외에도 개인연금 상품으로는 주택연금과 즉시연금 등이 있다. 젊은 나이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라기보다는 은퇴 무렵에 노후 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주택연금은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이를 연금화해서 매달 일정액을 받다가 부부가 모두 사망한 후 집을 처분하는 것이다. 즉시연금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것으로 목돈을 맡기고 그 다음달부터 바로 평생 비과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