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월드컵 호주와 크로아티아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의 그레엄 폴 주심이 크로아티아 미드필더 요시프 시무니치에게 세 차례 경고를 줬다. 두 번째 반칙에서 레드카드를 보여주며 퇴장시켜야 했지만 옐로카드를 꺼냈고, 시무니치는 경기를 계속했다. 이 황당한 사태는 추가시간 3분이 지나서 시무니치에게 ‘세 번째 경고’를 주면서야 끝났다. 여덟 차례의 경고, 세 명의 퇴장이 나올 정도로 난투극에 가까웠던 경기라 헷갈렸던 거다. 경기 후 폴 주심은 “더 이상 국제경기 주심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평행봉 경기에 나선 양태영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으나 9.9점밖에 받지 못했다. 맥이 빠지는 바람에 철봉 연기에서 미국의 폴 햄에게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국제체조연맹은 비디오 판독 끝에 오심을 인정해 심판을 징계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정한 순위는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주심이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손을 들어줘 김동성이 금메달을 놓친 기억도 생생하다.

국제대회에서 오심은 판단 착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심판이라도 경기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따라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축구 심판들의 200회 오프 사이드 판정 가운데 40회가 오심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홈팬들의 요란한 함성을 듣다 보면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확률이 15%나 높아진다는 영국 울버햄프턴대 연구소의 연구결과도 있다.

런던올림픽에서도 초반부터 판정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박태환이 날벼락 같은 ‘부정출발로 인한 실격’에서 간신히 구제되더니 남자 유도 66㎏급 8강전에선 조준호가 판정번복을 당했다. 처음엔 심판 세 명이 모두 조준호의 승리로 판정했으나 심판위원장 지시로 비디오 판독을 한 후 일본 선수 에비누마 마사시의 승리를 선언했다. 전례가 거의 없던 일들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인도네시아 배드민턴팀은 한때 심판이 일부러 오심을 내도록 하는 가상훈련으로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몇 년씩 쏟은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한순간 판단착오의 결과는 너무 가혹하다.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아집(我執)에 의한 오심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