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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있는 빈곤층이 늘어간다

‘하우스 푸어’란 집은 가졌지만 가난하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고액의 대출로 집은 마련했지만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위해 생활비의 30%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사람이면 여기에 해당한다. 전에는 이자보다 집값 상승분이 높거나 같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화된 집값 하락과 경기 위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우스 푸어를 적게는 108만4000가구에서 많게는 156만9000가구로 추정했다.하우스 푸어들은 주로 집값이 최고치를 경신했던 2006~2007년 무렵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던 시절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큰 부담을 져가며 집을 구입했지만 2008년부터 불어 닥친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생각지 못한 위기에 빠졌다.

# 무너지는 하우스 푸어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가계대출 규모는 857조원이다. 그 중 주택담보대출은 390조원에 달해 전체의 45.5%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주택담보 연체율은 0.97%로 1년 전 0.72%보다 0.25% 상승했다. 아직 문제가 되는 수치는 아니지만 빠르게 상승하는 연체율은 머지않아 부동산경기침체가 가계부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하우스 푸어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카드를 돌려막기도 한다. 집을 팔아 보려 해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때문에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가량 되는 소액채무로 부동산이 경매에 붙여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경매물건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회사로부터 경매 신청된 물건은 328건에 달한다. 2009년 486건, 2010년 522건, 지난해 553건에 이어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 경매물건이 대부분 악성채무라는 것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해결되지 않아 은행 등 선순위 채권 금융회사에서 중복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경매 신청된 물건 328건 중 152건이 은행, 저축은행 등에 의해 중복으로 경매가 신청됐다.카드사가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지만 사정은 은행도 마찬가지다. 경매에 붙인 부동산들은 떨어진 집값 때문에 채권청구액도 채 건지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지옥션의 자료에 따르면 수도건 주거시설의 낙찰가가 금융사의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경우가 전체 낙찰건수의 47.8%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카드사 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빌려준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입고 있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채무자는 부동산이 경매에 붙여졌음에도 여전히 빚더미 위에 앉아 있게 된다.

# 해결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땅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들은 집값 부양이나 다주택자 세금 혜택 등이다. 부동산 부양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사정이 급한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하락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그릇된 기대를 품은 수요자들이 뛰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하우스 푸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만 또 다른 하우스 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폭탄돌리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우스 푸어들이 스스로 재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말 하우스 푸어의 대출 상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안정적인 상태지만, 만약 상승하더라도 은행들이 직접적인 대출 회수보다는 분활상환대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금리조정 후 만기연장을 하는 등 원활한 상환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또 대출 만기 도래 시 원금을 일부 상환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 중에서 선택토록 해 본인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런 대응은 하우스 푸어들의 금융 부담을 완화시키고 스스로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