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들은 운전기술과 담력, 고도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고통을 견디는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레이싱 머신은 빠른 속도에서 조향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가 낮게 설계돼 있다.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장치가 없는 자동차도 있다. 레이서들은 지면 상태에 따라 온몸에 충격을 전달받게 된다.
F1레이싱을 주최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는 레이싱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레이싱머신 엔진 배기량을 2.4ℓ로 제한해왔다. 평균시속이 200㎞를 넘는 레이싱 머신의 엔진은 제한된 배기량 내에서 출력을 높이려고 RPM(분당 엔진회전수)을 극한으로 높인다. 레이싱에 출전하는 모든 머신들은 규정상 최대 RPM인 1만8000RPM으로 주행한다. 크랭크 축이 분당 1만8000회로 고속 회전하고 실린더 내부 폭발도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의 열기에 지면의 열기가 더해져 레이서들은 섭씨 50~60도에 이르는 고온 속에서 레이싱을 펼치게 된다. 화재 위험 때문에 불연성 소재인 노멕스로 전신을 감싸고 운전하는 레이서들은 찜질방에서 옷을 껴입고 2시간 동안 운전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관성력에 의한 G-포스다. G-포스는 중력가속도를 의미하는데 1G는 각자의 몸무게와 같다. 레이싱 머신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보통 2초가 채 걸리지 않을 만큼 가속력이 빠르다. 레이서들은 중력가속도(1G)의 3배에 이르는 힘을 온몸으로 느낀다. 우주왕복선이 이륙 시에 승무원들이 받는 G-포스가 3.2G 정도다.
레이싱머신은 시속 100㎞ 내외의 빠른 속력으로 코너링을 하는데 이때 레이서가 받는 G-포스는 4G에 이른다. 레이서들은 자기 몸무게의 4배에 이르는 힘이 몸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것을 견뎌낸다. 보통 사람들이 3G 상태가 지속되면 정신을 잃는다고 하니 얼마나 초인적인 집중력과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레이싱은 자칫 잘못하면 인명사고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내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레이서들이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