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사관학교로 몰리고 있다.

26일 육군사관학교에 따르면 2013학년도 73기 생도 290명 모집에 6403명이 지원(경쟁률 22.1 대 1), 27년 만에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1985년 355명 모집에 9296명이 지원(26.2 대 1)한 이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해에는 270명 모집에 5905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수가 늘어나면서 육사는 지난해 정원을 10% 늘린 바 있다.

해군사관학교는 생도 160명 모집에 4352명이 몰려 27.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군사관학교는 175명 모집에 4491명이 지원해 25.7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육·해·공사 모두 20 대 1을 훌쩍 넘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자 생도 경쟁률은 육사 37.81 대 1, 해사 52.2 대 1, 공사 51.4 대 1을 기록해 여학생들이 직업군인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군 여자생도 지원은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육사는 군사정부 시절 ‘육법당(陸法黨·육사와 서울대법대 출신들이 정권을 주름잡는다는 의미)’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육사 경쟁률은 군 출신들이 권력을 휘두르던 1980년대 중반까지는 매년 20 대 1 안팎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경쟁률이 4.4 대 1(1994년)까지 급전직하했다. 그러다 외환위기 이후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반영되면서 서서히 지원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해마다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관학교에 지원자 수가 몰리는 이유에 대해 군은 경기 침체에 따른 고학력 취업난 심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는 고교생들이 졸업 후 100% 직업군인으로 취업할 수 있는 사관학교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영윤 육사 평가실장(대령·육사38기)은 “최근 5년간 장교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만큼 우리 군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생도시절 학비를 내지않고 수당을 받는 것도 인기를 끄는 한 요인이다.

각군 사관학교 1차 필기시험은 오는 29일 전국 시험장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이후 9월까지 심층 적성검사와 체력측정, 면접을 거쳐 11월 말~12월 초 최종합격자가 발표된다.

사관학교뿐만 아니라 역시 졸업 후 취업이 100% 보장된 국군간호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 경찰대 등의 경쟁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85명을 뽑은 간호사관학교에 3254명이 지원했다. 대학교 2학년 이상 수료자와 전문대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육군3사관학교는 600명 모집에 2322명이 지원했다.

경찰대도 2013학년 학생 120명 모집에 7641명이 몰려 63.7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09학년도 46.7 대 1, 2010학년도 56.8 대 1, 2011학년도 63.2 대 1, 2012학년도 63.5 대 1을 기록하는 등 경쟁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홍영식/정태웅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