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짜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고사성어다. 여럿이 믿으면 헛소문도 진실이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후한의 유학자 왕부는 《잠부론(潛夫論)》에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백 마리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고 썼다. 이 또한 루머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순간부터 루머는 자연스레 존재해왔다.

니콜라스 디폰조 로체스터기술대 교수의 《루머사회》는 루머의 실체를 중립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루머에 대한 뻔한 비판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퍼지는지, 사람들은 왜 그것을 믿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와 실험을 소개하며 우리 생활에 루머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도 알려준다.

미국 디트로이트 교외의 한 부촌에 ‘셰이크’라는 중동요리 전문점이 있었다. 친절한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에다 맛까지 훌륭해 단골이 많은 가게였다. 그런데 2001년 9월12일, 거짓 소문이 담긴 이메일이 지역 사회에 퍼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날, 셰이크에 있던 사람들이 테러 상황을 보여주던 TV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는 것.

식당주인 딘 하셈은 펄쩍 뛰었지만 셰이크의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계속됐다. 지역 사회의 유태계 지도자들조차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소문은 9·11 테러라는 불안한 상황에서 나왔다.

불안과 두려움은 소문을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심리학자인 프라샨트 보르디아의 연구팀은 호주의 대규모 국립병원에서 소문을 수집했는데, 당시 그 병원 직원들은 구조조정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수집한 510개의 소문 중에서 479개는 두려움을 담고 있었고 다른 소문보다 더 빨리 퍼져나갔다. 저자는 많은 사례를 통해 소문의 확산 속도와 그 범위는 상황의 불확실성에 비례함을 밝힌다.

소문에는 똑똑한 사람도 별수 없이 당하곤 한다. 템플대 심리학과에 ‘절대 전조등을 깜빡이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전단지가 돌았다. 신흥 범죄조직이 전조등을 깜빡이는 운전자를 골라 살해하는 입문식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비슷한 사건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저자는 이 전단지의 내용을 가지고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인터뷰했다. 예상과 달리 30명 중 29명이 그 소문을 확실히 믿는다고 답했다. 학력과 소문에 휘둘리는 건 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소문은 인간을 서로 가깝게 하는 역할도 한다.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퍼뜨리면서 공감을 느끼는 것. 저자는 위의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렸는데, 그들은 좋아하기는커녕 신경질을 냈다. 진실을 알려준 이가 ‘흥을 깨는 사람’이 된 것이다. 소문을 공유하고 불안에 공감을 표현했다면 사람들은 더 좋아했을 것이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루머가 퍼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모두가 루머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피해자가 됐다.

루머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더라도 루머와 따로 떨어져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사례를 접하고 루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갖가지 소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