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회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시대' 연다
2회 15억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3회 '네 라인을 아느냐' 우리가 몰랐던 라인의 일본 점령기
4회 라인 vs 카톡, 2라운드 무대는 '일본'
5회 日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손에 쥔 두 남자
6회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 만리장성 넘어야 산다
7회 한중일 모바일 통일, "연합전선 필요하다"



한국 모바일 메신저는 13억 중국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의 독특한 스마트폰 환경 △중국 최대 모바일 서비스 업체 '텅쉰(腾讯)' △굳게 닫힌 시장 등 '3대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통되는 40%가 불법 제품이다. 일명 '아이뻐(아이폰의 은어)' '갠역시(갤럭시)'와 같은 불법 복제된 휴대폰이 대량 유통되면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키워왔다.

중국인들은 외국 업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중국만의 독특한 시장환경을 조성했다. 스마트폰 인구 10명 중 4명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없는 휴대폰이나 소수 고정 앱만 들어 있는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소비자들은 구글 메일과 마켓, 앱 등 안드로이드의 3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대신할 마켓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 온라인 게임업체 샨다(盛大), 모바일 메신저 업체 샤오미(小米) 등 대형업체들이 잇따라 변형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 모바일 메신저가 대응해야 할 마켓이 다양하기 때문에 국내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업체들이 개별 마켓들과 손을 잡더라도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는 '텅쉰'의 벽을 또 넘어야 한다. 텅쉰은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웨이신(微信)과 온라인 메신저 QQ, 포털, 게임 등을 운영하는 모바일 서비스 업체다. 가입자 수만 6억 명으로 한국 인구의 12배에 달한다.

텅쉰이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를 한데 모은 '웨이신'은 한국 모바일 메신저가 상대할 가장 강력한 경쟁업체. 최근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텅쉰과 손을 잡는 방법으로 두 번째 만리장성을 넘었다. 카카오는 텅쉰에 기술력을 제공하고 약 7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연내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이 닫아 놓은 문을 여는 것도 한국 모바일 메신저의 당면 과제다.

강만석 콘텐츠진흥원 중국지사 소장은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업체들이 정부 측의 규제를 뚫는 것은 매우 힘들다" 면서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이 중국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업체가 자국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에 부정적인 중국인들도 많았다. 베이징대의 왕윈(정치외교학과 3년) 씨는 "한국 모바일 메신저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힘들 것" 이라며 "중국인들이 외국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진입 장벽 때문에 중국은 외국 업체들이 자리잡기 힘든 시장으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한국 소프트웨어(SW) 업체 중 다양한 스마트폰 앱 마켓에 입점해 중국 시장에 안착한 곳도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다. 올해만 다섯 개의 게임이 모바일 게임 앱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마켓인 차이나모바일의 '명품 브랜드존'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3일 베이징 왕징의 컴투스 차이나 사무실에서 이승원 총경리(최고 경영자ㆍ사진)를 만나 중국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폰 앱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합니다. 마카오에 포커게임을 출시하고 대만에 야구게임을 선보이는 것도 문화 요소를 반영한 것이죠. '오공 퐁퐁퐁' 게임은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성공한 게임입니다. 게임명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손오공의 이름을 넣었기 때문이죠."

중국인들이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요소를 앱에 녹여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총경리는 "중국은 인구가 많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할 것" 이라며 "한국 SW업체가 중국시장을 잡으려면 중국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현지화하면서 우리가 가진 강점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이지현(도쿄)ㆍ강지연(베이징)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