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국 기업회계기준(US-GAAP)을 대신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려는 방안을 사실상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은 IFRS를 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를 공시할 수 있어 미국의 IFRS 도입 지연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미국의 회계기준 전환에 대한 실무진 최종 검토 보고서(staff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US-GAAP를 IFRS로 전환해야 한다고 추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IFRS를 도입할 경우 미국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IFRS 도입을 찬성하는 SEC 내부 직원도 예상보다 적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는 “SEC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SEC의 이번 보고서로 미국의 IFRS 도입이 장기 표류하거나 자칫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 미국 대선 때까지 미국의 IFRS 도입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은 아직 “미국이 IFRS 도입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IFRS 도입이 지연되더라도 미국에 상장한 국내 기업 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