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바이오시밀러 식약청 첫 허가…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단백질 복제약)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Remsima)’에 대한 품목 허가를 최종 승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시판 허가는 세계 최초다.

식약청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서 허가받은 1세대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여태껏 어느 제약사도 만들지 못했다”며 “개발이나 임상 진행 등이 어려운 2세대 바이오 의약품을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램시마 출시로 국내는 물론 세계 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셀트리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 등재를 거쳐 이르면 9월께 시판할 계획이다.

◆“페이퍼(보고서)에 없는 것은 필드(현장)에 있다”

“가능하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의심의 눈초리를 달고 산 10년 세월이었다. 결국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 식약청 허가가 나온 뒤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사기꾼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숱한 경쟁자들이 쫓아오겠지만 결국 먼저 길을 열었던 셀트리온이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2002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당시 명칭은 CT-P13)’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 지금까지 개발비만 무려 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복제약 하나 만드는 데 왜 이런 엄청난 투자비용과 기간이 소요된 것일까. 일반적인 의약품은 화학물질로 만들어 복제가 쉽다. 하지만 살아있는 단백질 세포를 이용하는 바이오시밀러(단백질 의약품)는 공정 환경이 그때 그때 다르다. 아무리 염기서열이 동일한 의약품을 개발하려 해도 오리지널과 똑같은 바이오복제약은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똑같다’가 아니라 ‘비슷하다’는 의미의 ‘시밀러(similar)’로 표기한다. 셀트리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생물 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동물세포의 DNA를 이용한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도전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특정세포를 겨냥해 치유하는 표적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서 회장은 “같은 동물세포에서 같은 DNA로 만들더라도 단백질의 구조가 조금씩 달라 제조 공식을 일반화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며 “2002년 창립 이후 40여개 국가를 돌아다녔고 수백명의 바이오 전문가를 만났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페이퍼에 없는 것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지구를 돌며 귀동냥을 했다. 그 결과 세계적 바이오벤처인 벡스젠과 기술제휴를 했고 비로소 연구가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첫발 내디딘 바이오시밀러의 과제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은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았다. 오리지널 약이 있는데 굳이 복제약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약값이 너무 비싸다. 저렴하면서도 똑같은 약효를 내는 바이오 복제약은 새로운 제약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식약청 허가에 이어 유럽의약품기구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9월쯤 출시된다. 약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은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원 인하대병원 교수(류머티즘내과)는 “출시 이후 세계 각국의 의료진에 얼마나 신뢰를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항체바이오시밀러

포유류의 면역세포에서 얻은 항체가 특정 단백질에 작용해 예방·치료 효과를 얻는 오리지널 ‘항체 의약품’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바이오의약품을 말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개발 기간이 절반 이상 짧고, 효능은 오리지널과 동일하나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