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소비 불황에도 편의점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23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매월 20% 안팎씩 성장하고 있다. 신규 점포를 빼고 계산한 기존점 매출도 업체마다 5~15%씩 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경기 침체와 영업규제 강화로 성장세가 크게 꺾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형마트와 SSM이 신규출점 제한,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편의점은 자유롭다는 점이 고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오히려 마트가 강제 휴무하는 일요일에 꼭 필요한 상품만 편의점에서 소량 구매하는 소비자 덕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500m 이내 신규출점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미 점포가 많이 늘어난 상태여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규 출점은 둔화되겠지만 오히려 업계의 과당경쟁을 막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713개 순증해 전국 점포 수가 2만개를 넘어섰다. 은퇴자와 청년층의 꾸준한 창업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 말엔 점포 수가 2만41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편의점협회는 전망했다. 편의점의 전통적인 인기상품은 젊은층이 소량 구매하는 담배, 주류, 간식거리 위주여서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처럼 편의점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업체들은 점포 수 확장에서 수익성 확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방문객 수와 1인당 구매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장 구조와 취급 품목을 바꾸는 ‘신모델 실험’이 한창이다. 편의점의 평균 객단가는 3500원 선으로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이다. 객단가가 백화점(7만원대) 대형마트(4만원대) SSM(1만원대) 등에 비해 훨씬 낮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서울의 한 점포에서 냉장 상태가 아닌 상온에서 진열하는 도시락·삼각김밥 등을 개발해 시범 판매에 나섰다. 밥맛이 훨씬 좋은 이 제품의 운송·보관 노하우를 쌓은 뒤 다른 점포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미니스톱도 오는 10월 패스트푸드 제품 수와 진열 면적을 2배 이상 확대한 시범점포를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총 200억원을 들여 일본 미니스톱의 인기상품인 소프트크림(아이스크림콘) 기계도 국내 매장에 보급하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전국 점포의 간판을 ‘CU(씨유)’로 교체하면서 매장 구조도 바꿔나갈 계획이다. 좁은 공간에 상품을 채워넣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진열상품 수는 줄이고 각종 먹거리를 전진 배치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경기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편의점 매출의 40%가 담배에서 나오지만 업체마다 수익성이 높은 식품 분야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점포당 면적과 취급 품목이 넓어져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