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급한 일이 생겨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려던 김모씨는 대출회사에서 연 32%의 금리를 제시하자 깜짝 놀랐다. 시세가 900만원인 중형차로 500만원을 빌렸는데 신용대출과 비슷한 수준의 이자를 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지만 담보까지 잡고 사정 급한 사람들을 상대로 이렇게 높은 금리를 요구하다니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신용대출보다는 3%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은 데다 다중채무자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어서다.

김씨처럼 연 30% 이상 고금리로 중고차 담보대출을 얻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23일 캐피털업계와 대부업계에 따르면 웬만큼 비싼 자동차가 아니면 대부분 신용대출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중고차 담보대출의 금리가 결정된다. 심지어 연 35% 이상 금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담보대출 금리는 대형 캐피털사가 연 20% 후반이고 소형 캐피털사와 대부업체들은 연 30%를 훌쩍 넘어선다.

중고차 담보대출의 금리가 이처럼 비싼 것은 대출업체들이 중고차 담보대출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중고차를 담보로 잡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를 담보로 잡은 뒤 연체가 생겼을 때는 해당 차량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처분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실속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출 연체자의 중고차를 찾아와서 상태를 점검하고 시장에 내다 파는 과정이 너무 복잡한 데다 시세보다 싸게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매각기간이 길어져 보관료라도 내야 한다면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저축은행은 중고차를 담보로 잡았다가 큰 손실을 보고 문을 닫아야 하는 판국까지 몰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담보대출이라면서 담보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주기도 하는데 이는 신용대출의 일종이라는 의미”라며 “대출업체로서는 중고차라도 있으니 돈을 갚을 가능성이 조금 더 많다는 것 말고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