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 조강 생산량과 철강제품 가격 추이 등에 비춰 단기적으로 업황 및 주가 부진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3분기 후반께부터는 성수기 진입 효과 등에 힘입어 업황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철강경기를 반영하는 지표인 세계 조강 생산량은 지난달 1억2800만톤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월 대비로는 2.5%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7월 셋째주(16~20일) 주요 지역 철강가격은 비수기 영향과 중국 내수가격 급락으로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우 바오산강철의 8월 가격 인하와 수요 부진, 중국 중앙정부가 부동산 억제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언급한 점이 영향을 미쳐 철강 내수가격 하락세가 비교적 컸다. 한국에서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철스크랩 가격 급락세를 반영, 5000원~1만원 추가로 떨어졌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가격 급락으로 시장이 관망세를 나타내 수출 시장이 냉각됐고, 일부 유통상들은 내수시장에서 제품을 투매, 내수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며 "중국의 경우 다수의 철강사 제품 가격이 적자 구간에 진입했지만 적극적인 감산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국은 철강사들의 판재류 가격 인상분이 일부 반영돼 내수가격이 상승했다. 미국 최대 전기로 업체인 NUCOR가 건자재 부문이 3분기에도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 철강수요는 향후에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철강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품가격 바닥인식 확산 등을 고려하면 8월 중 제품 가격과 함께 업황이 점진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8월 말~9월초부터 계절적인 성수기에 들어서고, 세계 거시경제 환경 안정과 경기 방어를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책 효과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등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더라도 세계 철강가격이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부터 반등할 전망"이라며 "이미 지난주 미국시장에서 고철가격은 1~2달러, 국내 열연가격은 6달러 반등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조강생산 증가율은 철강 업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철강업체들 주가와 동행성이 강하기 때문에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8월~9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이 의미있는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불가 방침을 밝힌 데 비춰 중국발(發)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중앙 정부의 지도부가 교체되기 전까지 중국 수요 개선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45분 현재 철강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22포인트(-1.34%) 하락한 5453.58을 기록 중이다. 현대제철이 3200원(3.94%) 급락했고, 포스코(-0.14%), 동국제강(-3.08%)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