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내려갔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금리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 연 5.98%였던 신규 기업대출 금리는 올해 5월 5.74%로 0.2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기간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연 5.46%에서 5.51%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시중금리의 인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대출 금리의 56%는 CD금리를 기준으로 하지만 나머지 절반가량은 금융채 등에 연동된다. 금융채는 이 기간 0.18%포인트, 회사채는 0.47%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절반가량이, 신용대출은 대부분 CD금리와 연동해 움직인다. CD금리가 이 기간 3.59%에서 3.54%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 데다 금융감독당국의 대출 규제책마저 시행돼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뛰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가계대출 금리의 하락폭(0.08%포인트)은 기업대출 금리 하락폭(0.25%포인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어 대출을 받지 않으려 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춰주면서까지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계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도하고 있는 데다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어 가산금리를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지만 예금금리는 뚝뚝 떨어졌다. 작년 7월 연 3.79%였던 정기예금 금리는 올 5월 연 3.63%로 낮아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24%에서 3.91%로 하락했다.

비정상적 금리 구조로 인한 가계의 ‘이자 덤터기’는 예대마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마진은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다. 잔액기준으로 총대출 예대마진은 지난해 5월 3.0%포인트에서 올 5월 2.85%로 떨어졌다. 하지만 혜택은 대부분 기업에 돌아갔다. 기업 부문의 예대마진은 0.23%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가계 부문은 0.06%포인트 낮아진 데 그쳤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