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자리가 5개월 넘게 공석이다. 화보협회는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자 1973년 협회 창립 후 처음으로 이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화보협회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오는 25일 면접을 거쳐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6명을 두 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이번 공모에는 김창재 전 롯데손해보험 사장과 권형신 전 한국소방검정공사 사장 등 외부인사 두 명과 한석만·류재환·김태우·이민희 씨 등 협회 전직 간부 4명이 신청했다.

이사장 추천위는 화보협회 이사 보험사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보 한화손보 대표이사 4명과 양희산 전주대 교수, 이춘하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 방재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다. 추천위는 27일 사원총회를 통해 임기 3년의 이사장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김창재 전 사장이 조금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보협회 이사장 자리는 지난 2월17일 고영선 전 회장이 사임한 후 줄곧 비어 있다 이달 초에야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사장 선출이 늦은 것은 금융위원회가 적임자를 ‘통보’해주지 않아서란 게 화보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위에서 이사장을 내정해 알려줬는데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 같다”며 “전에는 주로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보험업계 고위 인사들이 이사장을 맡아왔다”고 전했다.

이사장 자리를 공모로 전환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금융위는 일찌감치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화보협회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재가 지난 4월 퇴임식에서 한은의 소통 부족을 꼬집으며 김중수 총재를 간접 비판한 게 화근이 됐다. 업계에선 김 총재가 이 전 부총재의 취임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화보협회 이사장 인선 파행은 정권 말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낸 또 다른 사례”라며 “직원 송별회까지 마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재연임 소동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화보협회는 회원사 협회비와 자체 사업을 바탕으로 한 해 270억원 정도의 예산을 운용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