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좌판을 펼쳐놓은 외국 로펌 대표 변호사들 간에는 공통점이 많다. 총 17명 가운데 클리퍼드챈스 대표를 제외한 16명이 한국계로, 대부분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이민 간 교포 1.5세들이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접했으며, 기업 고객들과도 친분이 깊다.

1989년 LA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는 폴헤이스팅스 김종한 변호사는 2년 뒤인 1991년 한국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을 고객으로 맞았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첫 LA 취항, 기아차의 첫 LA 진출 등을 법률적으로 지원했고 1998년 외환위기 와중에는 한덕수 당시 통상교섭본부장(현 무역협회 회장)의 외자유치고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코오롱 소송을 비롯해 대한항공과 LG디스플레이의 담합사건, 호남석유화학의 영업비밀침해사건 등 4개 한국 기업 소송을 진행 중이다.

클리어리고틀립의 이용국 변호사는 199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붐이 일 때 그 중심에 있었다. 8개 상장기업 가운데 포스코 KT SK텔레콤 국민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등 6개가 그의 손을 거쳤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국을 대표해 은행권 외채만기 연장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롭스앤드그레이의 김용균 변호사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대우그룹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외국 로펌 대표들의 부친 등 가족관계도 화제다. 이용국 변호사는 부친이 유엔대사를 지낸 이시영 씨이고, 오멜버니앤드마이어스의 강성룡 대표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강 변호사의 동생인 강효영 변호사는 링클레이터스 소속으로 한국 진출 시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균 롭스앤드그레이 변호사의 부친은 6군단장 출신의 예비역 소장 김웅수 씨다. 김웅수 전 군단장과 강 전 총리는 함께 군사영어학교를 다녔으며 1946년 졸업해 군번 100번과 101번으로 나란히 임관했다가 처남 매형의 연을 맺었다. 그래서 김용균 변호사와 강성룡 변호사는 고종사촌지간이다. 또 스콰이어샌더스의 준 김 변호사는 성 김 주한 미국대사의 친형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