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이 있어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럴 때 큰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빅 마켓’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세계적인 투자자일수록 ‘S자형 투자이론’을 자주 활용한다.

S자형 투자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 대부분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서서히 성장 기반과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갖춰진다(유아기). 일단 성장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성장 의욕이 급속히 고취되면서 성장 속도는 탄력을 받는다(청소년기). 그 뒤 각종 혼잡비용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성장이 멈춘다(중·장년기).

이 이론에 따라 빅 마켓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지역이 ‘포스트 브릭스(BRICs)’다. 포스트 브릭스로 거론되는 국가로는 비스타(VISTA·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는 믹트(MIKT·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 ‘시베츠(CIVETS)’ 국가들은 올 상반기 주가가 평균 25% 오를 정도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용어는 사향고양이(civet)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루왁(luwak)이 최고급 커피이듯, 앞으로 명품 성장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베츠는 브릭스처럼 단순히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청년층이 두터워 성장세가 빠른 국가로 꼽힌다. 청년층은 전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지원 대상이다.

새로운 주력산업도 떠오르고 있다. 지난 4년간 위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주력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라고 부를 만큼 과도기를 겪고 있지만, 증강현실 시대를 가져다준 모바일과 함께 통합 및 융합산업 등이 이제는 확실한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각국의 예산 편성과 기업 경영계획에서 이들 업종의 투자비중이 높은 점이 뒷받침해 준다.

S자형 투자이론으로 본다면 이들 업종은 재테크 관점에서도 돈이 될 수 있는 빅 마켓으로 떠오른다. 그 중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금융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그런 만큼 금융위기 이후에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 중인 새로운 상품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연구ㆍ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성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양한 제품 가운데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몇 개 든다면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 △건강을 가져다 주는 바이오 바이러스 △기름을 먹고사는 오일 박테리아 △자전거 교통 천국 ‘벨로벤트(Velovent)’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이다.

또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도 주목하고 있다. BOP는 1998년 미시간대의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와 코넬대의 하트(Stuart L. Hart) 교수가 처음 만들어 사용한 용어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명에 이르며 시장 규모도 약 5조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polarization) 문제가 더 심해지면서 위기 이전의 중산층이 상위계층인 부유층보다 하위계층인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선진국 중심의 수요 확대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앞으로 저소득 계층의 구매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BOP 비즈니스란 BOP 계층을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시장으로 간주해 이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시장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공해 수익을 확보하고 빈곤층의 후생수준을 높이는 사업모델이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 ‘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간주하고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돈이 될 수 있는 빅 마켓을 찾는 방법으로 S자형 투자이론 이외의 그때그때 유행하는 화두어로 찾는 방법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유럽 위기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부도’ ‘파산’ ‘CDS 프리미엄’ 등이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팩트 효과’, 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 , 모든 것이 다 보인다는 의미의 ‘증강현실’ 등이 유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재테크 생활자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순수재무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