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핀란드 노키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9일(현지시간). 두 회사 모두 적자를 냈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리스크는 크지만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는 전략적 파트너다. 노키아는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벼랑끝으로 몰리자 2010년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을 채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구글이 점령한 모바일 OS 시장을 빼앗기 위해 노키아와 손을 잡았다. 모바일 시장에서 패배한 두 회사는 ‘마-노(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동맹’으로 역습을 꿈꾸고 있다. 최대 승부는 하반기에 벌어질 전망이다.

◆윈도와 오피스가 화수분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4억9200만달러(약 5613억원) 적자를 냈다. 분기 적자를 낸 것은 1986년 나스닥 상장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180억6000만달러(약 20조6047억원)로 1년 전에 비해 4% 증가했으나 2007년에 인수했던 어퀀티브의 부실(62억달러)을 한꺼번에 털어내느라 적자를 기록했다. 어퀀티브 손실을 제외하면 작년 2분기와 비슷한 57억달러 흑자가 된다. 이익률도 32%쯤 된다. 50%에 근접했던 절정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올 들어 18% 상승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고전하지만 윈도와 오피스가 든든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26일 윈도8 판매를 시작하고 이를 탑재한 윈도8 태블릿이 나오면 애플 아이패드를 추격할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최근에 내놓은 클라우드 방식의 오피스365도 호평받고 있다.

◆노키아는 ‘한 줄기 희망’

노키아는 지난 1년간 주가가 70% 가까이 떨어졌다. 현금보유액이 42억유로(약 5조8724억원)로 여유 있는 편이지만 2분기에 매출 75억유로(약 10조4889억원)에 14억유로(약 1조9719억원)의 적자를 냈다면 ‘중환자실 입원상태’라고 볼 수 있다. 노키아 회사채는 이미 정크(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적자가 1분기의 4배로 늘었다는 암울한 소식이 발표된 이날 노키아 주가는 오히려 10% 이상 급등했다. 대단하진 않지만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2분기에 ‘루미아’ 브랜드 윈도폰을 1분기의 2배인 400만대 가량 팔았다. 여기에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윈도폰 판매지원금을 받고 특허료를 여기저기서 챙긴 덕에 현금도 3억유로 늘었다.

◆하반기 격전 예고

마-노 동맹은 2분기에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위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윈도폰의 모바일 OS 점유율은 2%를 밑돌고, 앱(응용 프로그램)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무엇보다 우군이 없는 게 문제다. 삼성 LG HTC 등은 사실상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넘어갔다. 노키아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주력 제품 ‘루미아 900’ 재고가 쌓이자 값을 반으로 후려쳤다. 마-노 동맹은 가을에 윈도폰8 탑재폰을 내놓는다.

마-노 동맹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가을에는 애플도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는다. 삼성 등 안드로이드 메이커들은 ‘젤리빈(안드로이드 4.1)’ 탑재 신제품으로 맞선다. 아이폰-갤럭시폰 양자 대결 구도가 계속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윈도폰8을 탑재한 폰이 주목을 받을지 의문이다.

노키아가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폰을 택했을 때 빅 군도트라 구글 부사장은 트위터에서 ‘칠면조 두 마리 합친다고 독수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비꼬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2분기에 적자를 내고도 주가가 상승했지만 군도트라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노 동맹의 운명은 가을 결투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