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이 핵심 계열사 지분과 물류업을 전담하는 회사를 자녀에게 이미 넘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가 고등학생으로 미성년자(18세)인 만큼 경영권을 조만간 물려주기 위한 사전 조치라기보다는 증여세를 절약하는 세테크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우 회장은 57세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너무 젊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얘기다.

○자녀가 100% 소유한 물류회사

2005년 설립된 비즈웨이엘앤디(대표 김용선)는 신도리코의 물류·유통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2010년 9억원이었던 자본금이 20억원으로 늘어났다. 우 회장의 아들 S씨가 지분 80%(32만주)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매출이 12억여원이었다. 신도리코의 물류·유통업무를 대행하면서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500여개 신도리코 대리점의 택배 업무를 맡아왔으며 의료기기·헬스케어 사업은 2010년 시작했다. 2010년 매출은 91억5100만원, 영업이익은 9억98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 비판하면서 증여세까지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신도리코는 비즈웨이엘앤디에 맡겼던 물류·택배 업무를 본사로 가져왔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물류업무를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몰아줘 편법 상속을 한다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 3월말 본사 물류업무로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비즈웨이엘앤디는 이에 따라 의료기기 사업과 ‘브라더’ 사무기기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만으론 아들이 최대주주

우 회장은 신도리코의 ‘할아버지 회사’에 해당하는 신도시스템 지분 40%를 아들 S씨에게 2010년 물려줬다. 자신은 나머지 25.73%만 갖고 있다.

신도시스템은 신도SDR의 지분 28.8%, 신도리코 지분 6.05%를 각각 갖고 있다. 신도SDR은 신도리코 주식 22.63%를 갖고 있다. 신도리코의 출자 구조가 수직적이어서 신도시스템 경영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신도리코 경영권도 행사할 수 있다.

개인으로 갖고 있는 신도리코 지분은 아들 S씨가 0.18%로 아버지인 우 회장(11.7%)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신도리코 주식을 갖고 있는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은 아들이 더 많이 갖고 있다. 우 회장은 신도SDR 지분을 31%가량 갖고 있지만 아들이 1대 주주인 신도시스템과 비즈웨이엘앤디가 보유한 신도SDR 지분(35.4%)보다 적다. 마음만 먹으면 아들이 주주총회 표결에서 아버지를 누를 수 있는 구조다.

○세테크 차원 가능성

자녀가 미성년인 상태에서 1대 주주 자리와 물류업을 전담하는 회사까지 물려준 것은 재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거나 본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대주주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국내 기업인들의 일반적인 관행이기 때문이다.

우 회장의 이 같은 사전증여는 ‘내야 할 세금은 다 내면서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윤리 경영과 ‘증여세 부담은 최대한 줄이겠다’는 세테크가 함께 작용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증여를 한 지 10년이 지나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며 “10~50%의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10년 단위로 나눠 차근차근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신도리코 2세 경영인(창업주 우상기)으로 재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증여세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평소 세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리코는 지난해 포춘코리아가 선정한 ‘가장 윤리적인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