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8만명 일자리 날아갈 판…올랑드 기업규제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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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과세 강화 등에 반발
대규모 인원 감축 '맞불'
대규모 인원 감축 '맞불'
프랑스 각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푸조시트로앵, 에어프랑스, 까르푸, 소시에테제네랄 등이 감원을 이미 발표했거나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 이 같은 감원 규모는 모두 6만~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고 나선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불황 때문이다. 좌파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부작용 탓도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해온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각종 반(反)기업 정책들은 “기업을 잡기보다 일자리만 잡아버렸다”는 평을 듣고 있을 정도다.
◆일자리 감소 쓰나미 닥친 프랑스
독일 일간 디벨트는 18일 “프랑스가 거대한 일자리 감소라는 쓰나미에 휩쓸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노동총연맹(CGT)은 “프랑스 내 8만개 일자리가 한두 달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특히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경제적 충격은 실직 규모의 4배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프랑스의 간판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은 공장 폐쇄와 8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업체 에어프랑스(5122명)와 서비스업체 네오시큐리테(5100명)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유통(까르푸 3000명), 제약(사노피 2000명), 교통(SNCF 1500명), 통신(SFR 1000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휴렛팩커드(HP), 아르셀로미탈, 지멘스, 리오틴토 등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도 감원이나 프랑스 시장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일자리가 썰물 빠지듯 줄어드는 것은 경기 불황 탓도 크지만 올랑드 정부의 반기업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랑드 정부는 지난달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낮췄다. 이달 들어선 시간당 최저임금을 9.4유로(약 1만3200원)로 6년 만에 인상했다.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도 추진 중이다.
프랑스 하원도 이날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를 추진하는 방안을 찬성 89표, 반대 64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소득세는 다음달부터,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은 9월부터 부과된다. 이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10년 전 사회당 정권 때 도입한 주35시간 근무제로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됐다”며 ‘더 일하고 더 벌자’는 취지로 도입했던 노동개혁 조치를 무효화한 것이다.
◆기업과 정면 충돌한 올랑드 정부
잇따른 반기업 정책 탓에 대규모 일자리가 없어지는데도 프랑스 정부는 기업과의 대립각을 낮추지 않고 있다. 아르노 몽테부르 프랑스 산업재생장관과 필리프 바랭 푸조시트로앵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푸조의 대량 감원 계획안을 논의했지만 감정적인 설전만 오갔다.
몽테부르 장관은 “대주주인 푸조 가문은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근로자를 자르는 식으로 안이하게 해결해왔다”며 비판 발언을 반복했다. 반면 푸조가문은 성명을 통해 “푸조가는 언제나 기업을 가치의 최우선에 뒀다”고 맞받아쳤다. 올랑드 대통령은 푸조가 대량 감원을 발표하자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올랑드 정부의 강공에 프랑스 경제계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로랑스 파리소 프랑스경제인협회 대변인은 “올랑드의 정책으로 프랑스 경제가 말라버릴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성장을 갉아먹는 정책”이라고 가세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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