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요한 건이 있는데, (유리보) 1개월물은 크게 내리고 3개월물과 6개월물은 올릴 수 있나?”(필립 모리유세프 전 바클레이즈 파생상품 트레이더)

“물론이다.”(바클레이즈 유리보 담당자)

영국 금융당국이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뿐 아니라 유리보(EURIBOR) 조작에 대해서도 확증을 잡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리보는 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 간 단기 차입 금리다.

유리보 조작에는 바클레이즈은행을 비롯해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 HSBC 등 대형 은행들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는 리보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당국이 유리보 산출에 참여하는 57개 은행 중 20개 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19일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금융당국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2005~2007년 바클레이즈에서 근무한 모리유세프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자사의 유리보 거래담당자와 HSBC 등 다른 은행 지인들에게 유리보 조작을 부탁했다.

FT는 “바클레이즈 경영진이 리보 조작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리보·유리보 조작과 관련한) 다른 은행들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최고경영자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보 조작이 대형 파문을 일으키자 각국은 자국 내 금리 산정에 부정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나섰다. 일본에서는 도쿄은행 간 금리(TIBOR)를 발표하는 전국은행연합회가 금리 산정에 참여하고 있는 18개 대형 은행 사이에 부정거래가 있었는지 점검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리보를 대체할 금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마빈 킹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오는 9월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리보 개혁 문제를 논의하자고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리보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면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다”며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금리나 OIS(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를 언급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미국 단기 국채 금리 등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