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보좌관 오모씨(43)의 자택 등 두 곳을 19일 압수수색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 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중 오씨가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오씨 통장의 계좌 추적 등을 마쳤으며, 압수수색 전 이 같은 사실을 이 의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의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사”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다음주 초 오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오씨의 주거지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아파트에 검찰 수사원들이 들어섰을 때 이 의원과 오씨가 함께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이 의원 보좌관의 여동생이 소유주이며, 경기 안양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국회 일정 때문에 이 집에 가끔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의원 등과 합의해 오씨가 쓰고 있는 방 한 곳만 압수수색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앞서 오씨에게 돈을 줬다는 저축은행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씨가 받은 돈 일부가 정·관계 로비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커 이번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70·사진)는 이날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20일 박 원내대표에게 2차 소환 통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추가 소환 통보를 하면서 정치권의 동향과 분위기도 살필 전망이다. ‘정두언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현역 의원에 대해 회기 중에 체포영장이 청구되면 국회는 체포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합수단은 솔로몬저축은행 등에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사법처리에 나섰지만, 구속수사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합수단은 국회 회기 중에 무리하게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 등을 청구하기보다는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3일까지 기다릴 공산이 크다. 출석요구만 잇달아 보내놓고 회기가 끝난 뒤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합수단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과 정황 자료는 확보한 상태”라며 “그러나 급히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