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회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시대' 연다
2회 15억 전쟁터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3회 '네 라인을 아느냐' 우리가 몰랐던 라인의 일본 점령기
4회 라인 vs 카톡, 2라운드 무대는 '일본'
5회 日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손에 쥔 두 남자
6회 한국 업체, 만리장성 넘어야 산다
7회 한중일 모바일 통일, "연합전선 필요하다"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일본과 중국의 '15억 시장'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10여년 전이다.

NHN,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대표 포털업체들이 잇따라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4, 5년 만에 현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철수했다. 게임 분야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해외법인 성적표는 'F학점'에 비견할 정도로 참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포털업체들이 중국과 일본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현지 문화의 이해 부족'을 꼽았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을 쉽게 바꾸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새로운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해도 획기적인 서비스가 아닌 이상 쉽게 빨려들지 않는다.

일본 히토츠바시대 언어사회학 박사과정인 구명회 씨(38)는 "야후 재팬이 일본에서 1위 포털사이트로 자리잡은 것은 만족도가 높아서라기 보다는 늘 사용해왔던 익숙함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야후 재팬은 2001년 이후 11년 간 일본 포털사이트 시장 점유율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외국 업체에 대한 규제로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소프트웨어 부문은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련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이를 담당할 중국 전문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강만석 콘텐츠진흥원 중국지사 소장은 "그간 한국 업체들은 광활한 중국 대륙에 대한 전문가들이 부족해 중국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 며 "이로 인해 급속히 변하는 수요자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고전하던 한국 업체들의 '잭팟'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터졌다.
[한중일 '15억 모바일 메신저' 삼국지] <2> 15억 전쟁터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2009년 일본 검색시장에 다시 진출한 NHN은 지난해 6월 무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놨다. 1년 만에 일본 내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의 44%가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라인에 이어 일본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톡 가입자는 3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CNNI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는 전년보다 6252만 명(약 18%) 증가한 4억1000만 명에 달했다. 13억 명인 중국 인구의 30%에 해당한다.카카오톡은 중국에서 별다른 활동 없이 6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한중일 삼국에 '스마트폰 열풍'이란 공통 분모가 생긴 게 배경이 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중국과 일본 내 문화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로 받아들여져 시장 전망이 밝다.
[한중일 '15억 모바일 메신저' 삼국지] <2> 15억 전쟁터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KTB투자증권은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 연말 42.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올 1분기 스마트폰 보급률은 33%로 연말까지 보급률이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2012년 2월 기준 47.7%)을 잇따라 추격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에 녹아들지 못한 첫 해외 진출과 달리 '스마트폰 라이프 스타일' 공통점이 생긴 것이다.

중일 소비자들이 기존 커뮤니케이션 문화에서 부족했던 '갈증'을 해결했다는 점도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 요인이다. 일본인들은 비교적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활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정부의 규제로 의견을 공유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

일본의 관련 업계 관계자는 "라인과 카카오톡이 일본의 기존 소프트웨어 분야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며 "그간 일본 토종 SNS가 인기를 끌긴 했지만 문화의 '변화'를 이끌 만큼 획기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한국 모바일 메신저의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직장인 푸이펑보(付鸿博) 씨는 "중국에도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이 있지만 한국 서비스는 예쁜 대화 스티커가 많고 배경 화면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지현(도쿄)ㆍ강지연(베이징)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