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른바 ‘20-50클럽’에 가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고 인구도 5000만명을 넘었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20-50클럽’이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개념이라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나라가 7개밖에 없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우 낮아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가 문제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온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제1회 인구의 날’을 맞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5년을 기점으로 국가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적정인구를 밑돌아 인구재앙이 예상된다고 한다.

인구와 경제성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는 경제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인구와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는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급, 즉 생산의 측면에서 보면 인구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생산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생산함수를 Q=f(K, L)로 쓸 때 생산이 증가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말하고, 이는 자본인 K나 노동인 L이 증가하거나 기술로 대표되는 함수 f가 진보하는 것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따라서 인구가 감소한다면 성장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셈이 된다. 저출산이 노동력 부족에 의한 성장둔화 요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가 감소한다. 이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입 하나 줄면 덜 먹고 덜 쓰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53%(2011년 명목기준), 미국의 경우 71%에 달한다. 따라서 지출 측면에서 보면 소비가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경제발전에 있어서 인구의 중요성은 그 사례를 여럿 찾을 수 있다. 19세기 초 유럽은 산업혁명을 시작해 한 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하나의 체제로 묶을 만큼 성장했다. 그런데 19세기 말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교하면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사학자들은 그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 인구가 가장 더디게 늘었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일찍이 맬서스는 인구가 너무 빨리 늘어 식량생산이 뒷받침되 못하면 기아와 질병이 창궐할 것으로 보았다. 경제학에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붙게 한 이런 논리는 두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육아 교육비 등과 관련하여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둘도 많다’던 짧고 강렬했던 가족계획 구호도 이제는 ‘둘도 적다’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