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조남국 PD "정치적 해석, 당황스러웠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정치적인 계산이나 다른 기획의도는 없었습니다."

'추적자'의 조남국 PD는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방영 내내 부조리한 현실을 투영한 거울이라 불리며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추적자'지만 연출자는 드라마의 스토리와 메시지에 대한 확대 해석을 단칼에 잘랐다.

지난 17일 저녁 '추적자'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종방연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식당에서 조 PD를 만났다.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방송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최종 편집본을 넘기고 종방연에 합류한 조 PD는 "다른 드라마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시원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적자'가 큰 화제를 모은 것에 대해 "촬영하느라 반응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초반에는 시청률이 너무 낮아 왜 안 오를까 고민했고 17% 정도 되니까 좀 안심이 됐다"며 웃었다.

반응도 실감 못했지만 그는 이러한 반응이 나올 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 드라마는 정치 드라마가 아니에요. 대선을 겨냥한 것도 전혀 아니에요. 아버지의 이야기지. 그래서 제목도 처음에는 '아버지'였고, 미니시리즈로는 너무 밋밋하다고 해서 '아버지의 전쟁'으로 바꾸었고 다시 '추적자 더 체이서'로 바꾼 겁니다. 대선은 배경이 됐을 뿐 그 얘기를 파고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해석하시는 걸 보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는 "다만 강동윤(김상중 분)의 무대가 그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대선 얘기를 반반씩 하게 됐다. 그런데 백홍석(손현주)이 도망자 신세가 된 후에는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는 게 힘들어서 후반부 서회장(박근형) 쪽으로 이야기가 기울며 정치 얘기가 많이 나온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 시놉시스대로 끝까지 마무리했고 대선이나 정치판을 그리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며 "작가나 나나 아버지의 이야기, 부성애를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추적자'의 기획 의도는 백홍석과 서회장, 그리고 강동윤 등 세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었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각자의 인생 단면을 자르고 들어가 완결된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과연 이들 세 아버지는 어떤 인물인가, 이들은 어떤 부성애를 보이는가 그리고 싶었습니다. 진짜 아버지의 이야기를 추구한 거죠."

백홍석이 평범한 소시민 아버지를 대변했다면, 서회장은 유수 재벌가 회장인 아버지를 그렸다.

"서회장은 예를 들어 정주영 회장 같은 분에 비견될 수 있겠죠. 고생고생해 이 자리까지 오른 분. 그러니 어떻게든 자기가 일군 것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죠.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 사람의 인생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거죠."

반면 야심찬 정치인 강동윤의 부성애는 기획과 달리 살리지 못했다.

"그 부분이 저희도 아쉬워요. 강동윤이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아들에 대한 마음은 어떤지 그리고 싶었는데 못했죠. 대신 이발사인 강동윤 아버지의 모습으로 대치했습니다."

'추적자'는 소위 말하는 청춘스타 한 명 없이 중견 연기자들의 힘으로만 움직였고, '대박'을 쳤다.

조 PD는 이번 작품까지 다섯 작품째 호흡을 맞춘 손현주에 대해 "백홍석은 손현주 씨를 놓고 썼다"고 말했고, '연기 MVP를 꼽아달라'는 주문에는 "박근형 씨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스타들과 작업해본 적이 없어서 그들과 작업하는 게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하면 속 썩을 일도 없고 좋지 않나"라며 웃었다.

자신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추적자'는 부성애를 넘어 거대 권력과 부로 인한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했다.

"나도 15회에서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대사를 보고 아, 이게 작가의 진짜 의도였나 싶었다"며 웃은 그는 '추적자' 대본에 대해 "아주 논리적이다. 작가 스스로 납득이 안되면 너무 괴로워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치밀하고 논리적인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현실을 투영한 정치적 사건과 상황이 이어져 방송 도중 '외압'은 없었는지 궁금했지만 그는 "전혀 없었다"며 웃었다.

'추적자'는 명쾌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에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학같은 깔끔한 연출이 어우러져 명작이 됐다.

조 PD는 "드라마에서 연출이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는 연기만 보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작업해왔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