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지원은 100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의료계 산업계 등을 거치면서도 문화예술의 수준이 곧 국격을 나타낸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경제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메세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 나설 겁니다.”

박용현 한국메세나협의회장(전 두산그룹 회장·69·사진)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세나법이 문화 산업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 11월 발의된 ‘메세나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예술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의 문화예술 교육훈련비 세액공제, 문화접대비 손금산입 한도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8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박 회장은 프랑스의 메세나법을 예로 들었다. “메세나법이 통과되면 300억원 정도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메세나 지원이 3배로 늘어났고, 문화예술 분야의 취업률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메세나협의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메세나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에 1000억원 이상을 새롭게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이날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등 64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1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기업의 총 지원금은 1626억90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6.2% 감소했다. 총 지원금은 기업의 직접 지원금 1540억9000만원과 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 86억원을 더한 액수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 수와 지원 건수도 줄었다. 기업 수는 509개로 전년 606개보다 16.6%, 지원 건수는 1608건으로 전년 1940건보다 17.1% 감소했다.

박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문화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정서가 마지못해 하는 지원이 아닌 자발적인 지원으로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에 미래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7년 연강재단이 설립한 두산아트센터를 예로 들며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당장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직원 채용 때 더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온다”며 “두산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올해 2월 취임한 그는 넉 달여 만에 회원사를 36곳이나 늘려 화제를 모았다. 협의회가 매년 10~15개 회원사를 늘려온 것에 비하면 3배에 가까운 성과다. 그는 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과 회원사 늘리기에 힘을 합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가입한 회원사 중에는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 10여곳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동아 등 두산 계열사 5곳이 포함됐다. 신세계, 대한항공, 한진, 보령제약 등 주요 기업들도 새로 참여해 회원사가 248곳으로 늘어났다.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올가을 명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CEO 포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협의회가 직접 공연을 기획해 회원사들을 참여하도록 하는 ‘회원사의 날 콘서트(가칭)’도 열 계획이에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