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등 14개 종목에 한국 심판 20명 참가

런던 올림픽에는 공정한 판정으로 국위선양을 다짐하는 한국인 '포청천'이 대거 참가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26개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복싱·펜싱·축구·체조·하키·유도·근대5종·수영·탁구·태권도·테니스·역도·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심판 20명을 파견한다.

가장 눈길을 끌 심판은 역도 배심원으로 활동할 허록 대한역도연맹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8차례 연속으로 올림픽에서 심판으로 활동하게 됐다.

배심원은 주심의 판정뿐만 아니라 기술 감독관의 경기 운영까지 감시해 '심판의 심판'으로 불린다.

올림픽에서 한 경기에 5명씩 투입되는 배심원은 국제역도연맹(IWF) 집행위원의 투표로 선발돼 엄청난 권위를 자랑한다.

허 부회장은 IWF 집행위원 1차례, 기술위원 3차례 등 2006년까지 16년 동안 국제연맹 임원을 지낸 행정가이기도 하다.

그는 "내 나이가 일흔이라서 이번 올림픽은 심판으로서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공정한 판정이 되도록 다시 한번 불꽃을 태우겠다"고 말했다.

정동분 대한레슬링협회 이사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4차례 연속으로 올림픽에 심판으로 참가한다.

올림픽을 수차례 경험한 심판이 세계적으로 드물어 정 이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심판장이나 상급 심판위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심판이 무작위로 배정된다.

정 이사는 "내가 고참급으로 인정받는 만큼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일이 적지 않겠느냐"며 "우리 선수뿐만 아니라 어떤 선수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발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수영 싱크로에 심판으로 나서는 김영채 대한수영연맹 부회장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4차례 연속으로 올림픽에 참여한다.

김 부회장은 심판 판정을 평가하는 '이밸류에이터' 자격을 최근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얻어 각오가 새롭다고 한다.

이밸류에이터 자격을 지닌 심판은 전 세계에 13명밖에 없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1명씩 국제대회를 배정받아 심판들을 평가한다.

김 부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평가자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새롭다"며 "한 나라의 경기력 발전을 위해서는 무게감이 있는 심판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로 듀엣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이 목표대로 12강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 하이 다이빙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수영 메달리스트이다.

김홍래 대한하키협회 심판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6∼7경기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 98경기를 소화한 김 위원은 곧 100경기 금자탑을 쌓는다.

전 세계에서 100경기를 달성한 센추리 클럽 가입 심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제하키연맹은 새 주인공이 탄생하면 별도의 기념식을 열어준다.

김 위원은 2003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여했다.

특히 그는 하키에서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로 꼽히는 챔피언스트로피 2011년 대회에서 결승전 심판으로 활약했다.

김 위원은 "개인적 욕심은 올림픽 결승전 심판이 되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영환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은 종주국의 포청천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태권도는 런던 대회부터 전자호구가 사용되고 타격 부위나 기술에 따른 점수 차등제가 도입된다.

경기장도 좁아져 판정도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심판은 "경기가 더 재미있어졌을 뿐"이라며 "국내에서는 대회가 워낙 많아서 올림픽도 매번 하던 것들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담은 전혀 없지만 다른 나라 심판들보다 더 공정하게 잘하고 싶고 '타의 모범'이 되겠다는 책임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복싱 심판은 올림픽 기회가 일생에 한 번으로 제한돼 참가 자체가 엘리트 선수들이 꾸는 '꿈'에 가깝다.

김석원 심판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스리스타 자격'을 갖추고 기다리다가 이번 올림픽에서 심판진 36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심판은 "영광이지만 런던에서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다"며 "대한민국에 누가 되지 않게 정확하게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판정 정확도에 따른 심판의 개별 성적과 랭킹이 산출된다"며 "내 랭킹에 조금의 악영향도 없도록 판정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올림픽까지는 체조 심판은 국내 협회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발됐으나 이번부터는 국제체조연맹(FIG)이 지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호식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장과 이정현 전 여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장이 주인공이 됐다.

양태영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것을 포함해 한국 체조는 판정 불이익 때문에 운 적이 많았다.

이호식 위원장은 "심판들과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더 공정하게 채점해 우리 선수에게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전 위원장은 "심판으로 떳떳하게 판정하면서 혼자 출전하는 우리 여자 선수도 개인종합 결승에 진출해 나도 심판으로서 기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안창식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근대5종 감독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 종목의 올림픽 심판으로 나서는 영예를 안는다.

안 감독은 "런던 올림픽에 참여하는 심판 10명에 포함됐다는 것은 큰 영예"라며 "대한근대5종연맹의 외교 노력이 결실을 봐 우리 근대5종도 이제 무게감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위권 진입에 도전하는 여자부와 첫 메달 획득을 노리는 남자부에서 쾌거가 나오는 것이 이번 올림픽에서 내가 갖는 유일한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배드민턴의 손희주·형구암, 펜싱의 서상원, 유도의 전영천, 여자 축구의 홍은아·김경민, 여자 하키의 강현영, 탁구의 박인숙, 테니스의 임차훈·남성민, 레슬링의 전형균 심판도 최고의 무대를 빛낼 기회를 잡았다.

사격의 이우재 심판은 올림픽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최근 갑작스럽게 시력이 악화해 치료를 받으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