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학 새내기인 이선향 양(19·어문계열 12학번·사진)은 입학 첫 학기부터 인문대 근로장학생이 됐다.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어려운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생활비라도 벌어야 했다.

한 달에 40시간 일하고 20만원 남짓 받지만 당장 1만원도 아쉬운 이양에게는 큰 돈이다. 중3 학생을 가르치고 받는 과외비(월 45만원)까지 합하면 한 달에 65만원을 번다. 기초생활수급자라 대학교 학비는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벌지만 언제나 적자다. 매월 휴대폰비 5만원, 교통비 5만원, 식비 30만원, 기숙사비 10만원 등 모두 50만원을 써야 한다. 여기에 조부모와 아버지, 여동생이 살고 있는 부산 집의 전기·수도세 등 명목으로 매달 20만원을 송금해야 한다. 이양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양이 세살 때 아버지와 이혼하면서 헤어졌다.

화물차 운전을 했던 아버지는 2002년 허리디스크가 발병해 일손을 놨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주워오는 폐휴지를 팔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조부모조차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 폐품을 팔아 마련하던 10만~15만원의 수입조차 끊겼다.

이양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입학 첫 학기 4.3만점에 4.03점을 받았다. 이양은 “‘살기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중어중문학과에 지원해 외교관이나 통역관이 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양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인문대 직원들이 장학금을 조성하기로 한 때는 지난 4월 말. 월급을 조금씩 떼어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의 점심값이라도 보태자는 취지였다. 인문대 직원 22명 전원이 뜻을 모아 1인당 적게는 1만원, 많게는 5만원씩 월급에서 공제키로 했다. 서울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첫 수혜자인 이양에게는 지난 5~6월 두 달 연속 매달 20여만원이 지급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