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방대의 반란…도쿄대 '혼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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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0년도 안된 국제교양대…기업 선호도, 도쿄대 2배 넘어
전과목 영어로 수업 진행…재학생들 1년 의무 해외유학
전과목 영어로 수업 진행…재학생들 1년 의무 해외유학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한국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던 일본 아키타(秋田)현. 겨울철 설경(雪景)이 아름다운 이곳의 한 지방 공립대가 일본 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국제교양대학. 설립 8년 만에 도쿄대 와세다대 등 전통 명문대학을 제치고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선호도 1위 대학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인재를 목표로 한 소수정예의 스파르타식 교육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시골 대학, 기적을 일으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 100대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제교양대 졸업생을 선호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16일 보도했다. 국제교양대를 꼽은 인사담당자는 총 35명으로 2위인 도쿄대(13명)의 세 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3위는 리쓰메이칸대의 국제학부 격인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10명)가 차지했다. 4~6위에는 와세다대, 게이오대, 리쓰메이칸대가 뽑혔다. 오사카대와 교토대, 히토쓰바시대, 가나자와공대 등 4곳이 공동 7위로 뒤를 이었다.
2004년 설립된 국제교양대는 도호쿠(東北) 지역 아키타현에 있는 공립대학이다. 신입생 정원이 채 200명이 안 될 정도로 작은 대학이지만 탁월한 교육 성과로 일본에서는 ‘기적의 대학’으로 불린다. 매년 겨울이 되면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세 시간 이상 떨어진 이곳까지 일본 대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줄을 지어 찾아올 정도로 졸업생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이 학교 설립을 주도한 나카지마 미네오(中嶋嶺雄) 전 도쿄대 총장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대학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학교의 모든 시스템을 ‘글로벌’과 ‘전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전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신입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영어 수업을 듣기 위한 별도의 준비 과정을 거친다.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주요 강의 내용이다. 점수따기식 영어교육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전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조치다.
재학생들이 1년간 의무적으로 해외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외국대학 정규과정에 입학해 학점을 따고 돌아와야만 졸업이 인정된다. 유학을 갈 나라와 학교는 전부 학생들이 결정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세네갈 베트남 등 신흥국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유학생으로 생긴 빈자리는 외국인 학생으로 채운다. 국제교양대 학생들은 이들 외국인과 함께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바뀐 인재관
국제교양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본 기업의 인재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이 대학의 간판보다는 인성과 글로벌 감각을 중시하는 쪽으로 채용 기준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대졸자를 채용하는 입장에서 대학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사 담당자들은 ‘교양교육 강화’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재학 중 유학 지원’ 등을 꼽았다.
도쿄대에 이어 3위에 선정된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도 국제교양대와 유사한 학제를 운영 중이다. 2000년 오이타(大分)현에 설립된 이 대학은 학부 수업의 약 80%를 영어로 진행하며 전체 재학생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국제교양대와 같은 소규모 전문 학교의 성공이 다른 일반 대학의 커리큘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