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전사 차원서 기술유출 시도…범죄행위"
LG "기술유출이 아닌 단순 영업비밀과 관련된 사안"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술 유출 건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사건의 본질을 넘어 상대방을 헐뜯으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양사는 법원의 최종적인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16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이 통상 큰 사건이 있으면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날만은 달랐다.

양사는 각각의 간담회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바빴다. 더욱이 사건의 핵심은 '기술 유출 여부' 이지만 삼성 측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기술이나, LG가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기술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느 회사도 명확히 내놓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브리핑을 갖고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력의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고위 경영진이 삼성의 기술과 핵심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5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TV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무를 포함한 임원급 3명 등 4명과 LG디스플레이 협력회사 야스의 전무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모씨 등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6명도 회사의 기밀을 경쟁사에 넘겨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 전무와 사업전략담당 임원들이 삼성의 전직 연구원인 조씨에게 기술 정보를 빼낼 것을 요구했고, 기술 정보는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았다"며 "연구원들을 부당하게 스카우트해갔다"고 말했다.

빼내간 기술 정보와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유기물을 증착시키고 이 재료들이 안정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LG측이 빼돌렸고 OLED 기술 설비, 동향 등까지도 모두 빼내갔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유출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진의 성의있는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인사조치 및 부당 스카우트한 인력을 퇴사조치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LG디스플레이도 간담회를 갖고 입장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사건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처럼 엄청난 기술유출 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단순 영업비밀과 관련된 사안에 불과한데 삼성디스플레이측에서는 악의적으로 LG를 흠집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검찰의 이번 기소 결과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것보다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단 한명도 구속 기소되지 않았다"며 "이는 경쟁사의 주장과 달리 사건의 의미나 규모, 심각성 등에서 볼 때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는 독자적인 W-RGB(화이트-적녹청) 기술을 통해 55인치 TV용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다"며 "다른 업체의 기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고 우리와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은 더더욱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우리 측 일부 임직원을 기소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업계나 시장에 널리 알려진 수준 정도의 경쟁사 동향을 영업비밀이라고 해 기소한 것은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LG디스플레이는 반박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측의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며 "경쟁사에 대한 흠집내기를 중단하고 품위있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고 색 재현율이 높아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과 LG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관련 기술은 '산업기술의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기법)'에 따라 첨단 국가핵심 산업기술로 지정돼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