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불확실성을 다시 증폭하고 있는 데다 이머징마켓(신흥국)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수정했다. 지난 4월 전망한 3.6%에서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4.1%에서 3.9%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0%로 낮췄다. 영국은 0.8%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주요 이머징마켓의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낮춰 잡았다. 중국의 전망치는 8.2%에서 8.0%로 바꿨다. 인도와 브라질에 대해서도 각각 0.7%포인트와 0.6%포인트 낮춘 6.1%와 2.5%로 조정했다.

IMF는 “신흥국들이 유로존 위기와 같은 외부 환경 악화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주가 하락과 자본 유출, 통화가치 하락 등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 1월 초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한 뒤 지난 4월 3.6%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유로존 재정위기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석 달 만에 다시 성장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IMF는 “이번 성장 전망치 수정은 향후 유로존 국가들이 신속하게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신흥국의 통화정책 완화가 효과를 거둔다는 가정 아래 이뤄진 미세한 하향 조정”이라며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실제 경기 하강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최대 리스크 요인은 유로존 국가들의 부실한 위기관리 능력이 유로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재정 벼랑(정부 지출의 갑작스런 감축)’도 실물경기의 잠재적 복병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도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신용 경색이 깊어지면서 금융시장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달 유럽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유로존의 은행·재정 통합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은행 통합에 따라 유로존에 단일 은행감독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은행에 직접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며 “유로존 당국은 이를 통해 은행의 잠재 부실 우려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