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5일 오후 2시55분 보도

차입매수(LBO) 방식의 인수·합병(M&A)이라 해도 피인수기업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동안 피인수기업에서 담보나 보증 등 지원을 받아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LBO 방식에 대해 피인수기업에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를 적용해왔다.

서울고법 제10형사부(부장판사 조경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서춘길 전 유비스타 대표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서 전 대표는 2006년 법원 회사정리절차를 밟던 온세텔레콤(당시 온세통신)을 총 1544억원에 인수했다. 온세텔레콤의 구주를 모두 소각한 후 새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834억원에,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를 710억원에 전량 사들였다. 금융사에서 인수자금을 빌리면서 온세텔레콤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받는 조건이었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유비스타의 자산 총계는 786억원이었던 반면 온세텔레콤의 자산총계는 3000억원이 넘었다. 서 전 대표는 온세텔레콤 매출채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사옥 등의 부동산, 가입보험 등 1420억여원어치를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했고 이 가운데 분당사옥은 900억원에 매각해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

검찰은 서 전 대표가 온세텔레콤의 자산을 담보로 사용해 이 회사에 1420억여원의 손해, 또는 손해를 일으킬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고 구속기소했다. 서 전 대표는 재판과정에서 “유비스타가 기존 온세텔레콤 주주의 주식을 소각하고 신주를 인수해 주식 100%를 소유했기 때문에 담보를 제공받은 것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서 전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법인과 주주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체여서 온세텔레콤의 손해는 주주인 유비스타의 이익과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유비스타가 1인 주주여서 온세텔레콤과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해 양사의 재산은 혼연일체가 돼 구분할 수 없다”며 배임 혐의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유비스타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330억원을 신주 인수대금의 일부로 사용했기 때문에 온세텔레콤에 일정 정도의 반대급부를 제공, 다른 위법 LBO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