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자본 대규모 유입땐 경제·기술 발전에 큰 도움
부동산 버블·경상수지 악화…심하면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도
Q. 유럽 재정위기 같은 국제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신문기사에서 ‘Sell Korea’라는 말을 자주 듣게 돼요. 이를 염려한 한국은행과 정부가 작년을 전후해 외국 돈이 과도하게 들락거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우리나라로 값이 싼 외국 돈이 많이 들어오면 좋은 것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외국 돈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하나요?
A. 필요한 만큼의 해외 자본(외국 돈) 유입 등 적정 수준의 자본유출입은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죠. 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외국 자본의 움직임에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죠.
◆자본유출입이 발생하는 원인
먼저 국가간에 자본유출입이 일어나는 원인부터 알아볼까요. 여러분은 월급 등 수입이 지출보다 많을 때 남는 돈을 어떻게 했나요? 아마 은행에 저축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셨을 거예요. 반대로 씀씀이가 많을 때는 은행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모자란 돈을 빌렸을 거예요. 국가 간 거래에서도 자본이 풍부한 나라가 부족한 나라에 돈을 빌려주게 되죠. 이 때문에 국가 간 자본유출입이 발생해요. 국가는 정부, 은행, 기업, 개인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있죠. 때문에 국가 간 자본유출입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거나 해외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이나 기업에 대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죠.
◆자본 유입의 장단점
한 나라로의 자본유입은 좋은 점도 많지만 동시에 좋지 않은 면도 있어요.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해외로부터 자본을 들여와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경우 경제 발전을 앞당길 수 있죠. 보통 선진국이 자본을 빌려주면서 기술도 함께 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경제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되죠. 또한 은행과 기업도 대출 및 수출입대금 결제 등에 필요한 외화를 보다 싼 값으로 빌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외국자본은 국내 금융회사한테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국내 금융시스템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갑자기 들어오게 되면 원화 환율이 빠르게 하락합니다. 이로 인해 수출이 줄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죠. 또 해외에서 돈이 많이 들어오다보니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도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경상수지 적자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자산거품이 붕괴될 경우 들어왔던 자본이 갑자기 나가게 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죠. 이 과정에서 외환 및 자산관리가 부실했던 은행은 파산에 직면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엔 국내 금융·외환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급격한 자본의 움직임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여타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해외에서 많은 양의 돈이 갑자기 들락거리게 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시장금리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례
이처럼 외국자본의 유입엔 장단점이 함께 있는데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의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하도록 그 움직임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자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겪었던 두 번의 큰 위기상황,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국자본이 갑자기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IMF 외환위기를 먼저 볼까요? 1990년대를 전후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외국자본이 급격히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국민들의 소비 증가로 인해 1990년 이후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보이면서 달러 곳간이 많이 비어 있었죠. 갚을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빚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웠고 결국 주요 기업들이 파산했습니다. 그러자 외국인들은 갑자기 돈을 빼 나가기 시작했죠. 이에 따라 일부 부실 금융회사는 파산에 직면해야 했어요.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는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으로 체질도 개선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지속하면서 달러 곳간을 충분히 채워뒀어요. 그러나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외국자본이 갑자기 빠져 나가면서 또 다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단기로 빌린 해외자금을 장기 대출 등으로 운용하다보니 실제 돈은 있지만 당장 그 돈을 회수하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소위 외화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였어요. 급격한 자본유출은 우리나라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어 국민들의 고통을 심화시켰습니다.
◆외국자본 유출입 조절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과 정부는 작년을 전후해 선물환포지션 한도 제도,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 등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도입, 시행하고 있어요. 이 제도는 외국 자본의 유출입 양과 속도를 경제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겁니다. 우리 경제를 보다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도입했어요. 마치 고속도로에서 과속(과도한 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대형 사고(위기)를 막기 위해 최고 속도를 설정하고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운전자로 하여금 과속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도 도입 후 해외자본 유출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환율의 변동성도 종전보다 완화된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이 제도만으로 위기를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기 발생 시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외환보유액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교환) 등 국제 공조도 강화해 놓을 필요가 있어요.
손승화 < 한국은행 자본이동분석팀 조사역 >
■ 독자퀴즈
다음 중 자본유입의 장점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경제성장 (2) 저렴한 비용의 외화조달 (3) 자산 가격 거품 (4) 국내 금융시스템 발전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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