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연이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자산관리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의 부자(富者)들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 속에 자산관리에 많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 자산의 58%가 부동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소장 양원근)는 최근 한국 부자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2012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개인)는 약 14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0년의 13만명보다 약 8.9% 증가한 수치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약 318조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부자는 평균 144억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총자산의 구성을 보면 평균적으로 부동산자산 58.0%, 금융자산 35.2%, 기타 자산 6.8% 순으로 조사돼 부동산에 다소 편중된 자산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 총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부동산 비중이 증가하는 반면 금융자산 비중이 감소하는 형태를 보였다.

한국 부자들은 ‘사업체 운영’을 통해 목표 자산을 획득하겠다는 비중이 47.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부동산투자’를 선택한 응답자가 29.5%였다. 이에 비해 금융투자를 통한 목표 자산 획득 의향은 상대적으로 낮아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 유형별 세부 포트폴리오를 보면 먼저 비중이 가장 높은 부동산자산의 경우 ‘거주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이 35.8%로 가장 높았다. 거주용 외 빌딩·상가(26.4%), 토지(20.5%), 투자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16.1%) 등 투자용 부동산의 비중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상가(68.6%)였다. 다음으로 오피스텔(40.9%), 아파트(38.3%) 순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수도권에서는 아파트(36.7%)보다 오피스텔(46.2%)에, 지방에서는 오피스텔(24.4%)보다 아파트(43.0%)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현금 및 예적금이 4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17.7%), 투자·저축성보험(15.6%), 펀드(12.5%) 순으로 투자 비중이 높았다.


◆예적금 투자 가장 크게 늘어

전체적인 금융자산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금융자산이 증가한 사람의 비율(48.5%)이 감소한 사람의 비율(7%)보다 41.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자(51.5%)도 감소시키겠다는 응답자(3.5%)에 비해 48%포인트 높아 금융 투자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부자의 포트폴리오 변화와 전망에 대해 금융 및 부동산, 기타 자산을 세부적으로 구분해보면 예적금 투자 증가가 가장 눈에 띈다. 지난 1년간 예적금을 증가시킨 부자의 비율은 감소시킨 부자의 비율보다 39.5%포인트 높았다. 앞으로의 포트폴리오 운용에서도 예적금을 증가시키겠다는 경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현금성 자산에 대한 증가 의향도 높아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기보다는 당분간 안전성 위주의 금융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자산 중 눈길을 끄는 점은 투자·저축성보험에 대한 높은 선호도다. 지난 1년간 투자·저축성보험에 대한 투자를 늘린 비율과 향후 투자 의향이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어 절세를 목적으로 한 장기저축보험이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물 상가 등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