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쌍용자동차 사태와 삼성전자 근로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등 노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소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소위 구성은 일단 보류된 상태지만 야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특정 기업이나 사업장의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소위를 만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재계는 “개별 기업 문제를 다루는 소위를 국회 상임위에 설치한다는 것은 노사 자율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고,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오전 열린 환노위 1차 회의에서 민주통합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소위원회’와 삼성전자 근로자의 백혈병 발병 논란을 다루기 위한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소위원회’ 등 2개 소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홍 의원은 “쌍용차는 23명이나 자살한 심각한 사안이고,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는 100명에 가깝다”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소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도 “두 사안은 단순히 노사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노동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의제”라며 “소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와 정부, 노사가 함께 대화하며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쌍용차,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소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소위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쌍용차, 삼성전자 백혈병 등의 내용을 잘 알지만 다른 의원들이 충분히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당내에서 논의할 시간도 필요하다”며 “새누리당은 정치적 요구로 사업장이 혼란스럽게 돼서는 안 된다는 현 쌍용차 노사의 요청을 깊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신계륜 위원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2차 회의 전까지 소속 위원들과 소위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쌍용차 등 해당 기업들은 국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환노위가 개별 기업들의 노사 현안에 사사건건 개입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별소위 설치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백혈병 관련 공세에 대응할 방침이다. 공장 근무 환경과 백혈병 발병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외부 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논란이 계속돼 국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쌍용차는 정치권과 각종 시민단체들의 과도한 개입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었던 한진중공업처럼 될 수도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정무영 쌍용차 상무는 “노사가 가까스로 회생을 위한 타협점을 만들고 신차 개발과 연구에 힘 쏟아온 그동안 노력이 정치 싸움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인철 경총 본부장은 “쌍용차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고통을 겪었다”며 “정치권이 개별 기업 문제에 개입하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정은/최진석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