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사장 진대제)가 지난달 말 코다코(사장 인귀승)에 투자한 것을 두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정보기술(IT) 업종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그런 펀드가 자동차 부품회사인 코다코에 200억원을 투자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진 사장은 올초 홍콩에서 열린 ‘2012 아시아금융포럼’에서 “IT 업체나 IT 관련 교육업체에만 집중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다코가 코스닥 상장기업인 것도 투자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대목이다. 스카이레이크는 지금까지 대부분 성장 초기 단계의 비상장기업에만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 원칙은 스카이레이크를 이끌고 있는 진 사장의 화려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카이레이크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 사장이 2006년 설립한 PEF다. PEF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스카이레이크는 지금까지 일진반도체, 코캄, 이메타, 에스씨디, 애니파이브시스템, 이디리서치, 루트제이드, 포스코파워, 대림오디오 등 국내외 기업 30여곳에 투자했다. 모두 IT 관련 기업이다.

스카이레이크는 이 같은 투자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자동차 부품회사 코다코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5년 만기에 이자율은 각각 표면 2%, 만기 8%이며 발행 1년 뒤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스카이레이크는 내년 7월부터 코다코 주가에 따라 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전환가격은 2625원이다.

스카이레이크는 CB 투자와 별도로 인귀승 코다코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주인수권 워런트 158만278주도 사들였다. 매입 가격은 주당 1999원으로 총 31억원에 달한다. 워런트 역시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코다코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카이레이크는 코다코가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생존 DNA에도 주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다코는 2009년만 해도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임직원의 자발적 급여 삭감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신제품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끝에 2010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연비를 2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하우징’ 등의 새 먹거리를 개발,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까지 했다. 키코의 악몽을 떨쳐낸 것은 물론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역량을 높이 샀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869억원, 영업이익 111억원이며 올해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내달리고 있다.


향후 최소 5년간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배가시켰다는 관측도 있다. 7월 현재 코다코의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매출의 4배가 넘는 8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최근 미국 보그워너와 1455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신제품은 출시와 함께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1455억원은 코다코 최근 매출 대비 77.9%에 달하는 규모다.

보그워너를 통해 7년간 연간 150만세트의 신제품 ‘어큐뮬레이터 하우징’을 GM에 납품하게 된다. 이 부품은 엔진이 공회전할 때 자동적으로 엔진이 정지되도록 함으로써 연료 낭비 및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변속기 부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계약을 포함, 지난 3월 현대파워텍과 560억원 상당의 자동변속기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반기에만 새로 2500억원어치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일본 스바루와 덴소 등 신규 고객 확보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덕분에 코다코는 올해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인현환 코다코 부사장은 “고효율 자동차 연비 및 환경 규제에 따라 코다코 신기술을 적용한 차량 시장이 급격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며 “지난해 5000만달러 수출탑에 이어 올해는 7000만달러 수출탑을 받고, 매출 20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동차업계에 부는 ‘전장(전자장치)’ 바람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다코의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경쟁력과 스카이레이크의 IT 노하우를 결합, 어큐뮬레이터 하우징을 비롯한 ‘스마트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는 신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투자한 기업들에 경영 효율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어 다방면에서 코다코의 경쟁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IB 업계의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진대제펀드가 코다코에 투자하는 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업계의 전자 및 스마트화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번 투자가 IT 이외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