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조직의 정점에 있다. 조직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야 하고,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이상적인 리더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리더가 모든 측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구성원 간 팀워크가 중요하다. 리더는 팀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성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럼 없이 직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바라보는 조직운영에 관한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의 상당 부분은 군복무 시절의 경험들을 통해 얻었다.

1975년 2월 ROTC 출신 소위로 임관, 1977년 7월 전역할 때까지 양산에서 군생활을 했다. 소위 시절에는 대대 인사장교로, 중위 땐 연대 작전장교로 복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바라봤다. 당시에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지면 전 병력을 동원,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연병장에 꽂아 놓고 검열을 받던 시절이었다. 나는 이런 군 행정을 조금이나마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내가 모시던 분들과 함께 많은 논의를 했고, 때로는 논쟁까지 벌였다.

현명한 리더는 참모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쓴다. 기업도 그렇지만 군대에서는 특히 지휘관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 지휘관의 명령 한마디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 지휘관도 완벽할 수 없기에 참모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휘관이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하는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명한 리더는 능력 있는 참모들이 자발적으로 직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의 군 생활 경험은 나에게 이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팀워크는 ‘용기 있는 장수’ 이상으로 위대하다. 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소위 임관 후 보병학교에서 4개월간 훈련을 받았다. 당시 ROTC 출신 소위는 무늬만 소위일 뿐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비하면 말 그대로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완전군장으로 50㎞를 행군하는 교육이 있었는데, 행군 도중 앞서가던 훈련연대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교육 지휘관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그 행군에서 동료들의 놀라운 모습을 봤다. 바늘 하나라도 더 얹으면 쓰러질 것 같던 상황에서도, 중화기를 짊어지고 가던 전우의 장비를 분해해 모두가 함께 나눠 들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도 권하거나 요청하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은 그렇게 해야 함을 스스로 깨닫고 행동으로 옮겼던 것이다. 우리 교육연대는 그날 전원이 무사히 교육을 마쳤다.

KB투자증권의 경영을 맡은 이후 내 업무 가운데 큰 부분은 ‘외인부대’로 이뤄진 KB투자증권 구성원 간 화합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사내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한편 연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단합과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워크가 발휘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나는 지금도 ‘Yes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있다 보면 솔직히 직언하는 직원을 멀리하고, Yes라고 말하는 직원을 가까이하려는 ‘Yes의 함정’ 유혹이 거세다. 그럴 때마다 내 첫 사회생활이었던 군대시절의 초심을 상기하곤 한다. 이 때문인지 가끔 내게 친절을 베풀려고 하는 직원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핀잔을 주거나, 딱딱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는 친절을 베풀려는 직원의 선의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초심을 지키려는 내 소심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원들이 너그러이 헤아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치용 < KB투자증권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