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당 지도부의 동의안 처리 설득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새누리당이 전면에 내세웠던 특권 포기가 무색해졌다. 게다가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1일 총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사태로 국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반기 든 의원들

김용태 남경필 의원 등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 국회가 피의 사실을 사전에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실질심사 이전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 검찰이 국회의원을 정치적으로 매장시킬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 스스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나선 것도 체포동의안 부결 여론을 확대시켰다. 그는 표결 직전 “나 스스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싶다”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의안 부결에 따른 비판 여론도 거세다.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다는 건 일반 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받겠다는 것인데 일부 의원이 확대 해석했다”며 “새누리당이 총선 직전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게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 앞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떠들던 새누리당은 국민을 배신했다”(이언주 원내대변인)고 비판했다. 동의안 처리에 실패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퇴’ 강수 둔 이한구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부결된 지 1시간도 안 돼 사퇴를 결정했다. 원내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권고했지만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 또는 기권한 데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다. 원내 관계자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가도에 부담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지휘한 비대위가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천명한 뒤 이뤄진 첫 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한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박근혜 경선캠프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일 의총 열어 대책 논의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당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원내대표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영우 당 대변인은 “사태 수습을 위한 의원총회를 13일에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회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한 국정조사 및 이석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