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속된 다음날인 11일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이날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열리는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굳이 대통령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불참키로 한 것”이라고 했으나 이 전 의원의 구속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사과를 요구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한동안 고심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사과) 도식적인 것보다는 침묵의 의미와 무게감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이 전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부터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말수도 줄었다고 한다. 출범 때부터 ‘도덕적인 정권’이라고 자부해왔던 이 대통령이기에 임기 중 친형의 구속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한 측근은 “둘째형은 집안의 희망이었고, 정치적 멘토였기 때문에 구속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대통령으로선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사과 표명이 없다고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론 마냥 입을 닫고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만약 이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면 그 시점은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