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원피스·10㎝ 킬힐…北 걸그룹 '김정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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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김정일도 놀랄' 파격 모란봉 악단 공연
가슴선 드러나는 옷 입고 무대 누비며 흥겹게 댄스
美 상징 미키마우스도 등장
김정은 "다른 나라 좋은 것 대담하게 받아들여야"
가슴선 드러나는 옷 입고 무대 누비며 흥겹게 댄스
美 상징 미키마우스도 등장
김정은 "다른 나라 좋은 것 대담하게 받아들여야"
어깨와 다리가 드러난 미니원피스를 입은 여자 가수, 굽 높이가 10㎝를 넘는 킬힐(kill heel)을 신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솔로 연주를 선보이는 여자 바이올리니스트.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1일 공개한 모란봉 악단의 시범공연 장면은 ‘파격’이었다. 공연은 지난 6일 평양 인민예술극장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관람한 가운데 진행됐다. 단원들 대부분이 어깨선과 가슴선을 드러낸 원피스를 입었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레이저 조명 등 이전에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무대 장치를 선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시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공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구성됐다. 김정은의 색깔과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날 공연 장면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북한의 공연은 통상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전통가요 분위기의 노래를 선보이는 정적인 무대로 이뤄졌다. 공연 내용 역시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한 탈북자는 “북한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의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장마당을 통해 몰래 들여오는 남한의 대중가요와 드라마에 북한 주민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남한의 대중문화에 대해 ‘황색바람’이라고 이름 붙이고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왔다.
그렇지만 이날 공연에서 이전의 공연 색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이크와 악기를 든 여성 멤버들은 무대 위를 자유롭게 종횡무진 누비며 흥겹게 몰입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드럼 연주자는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김정은의 개방 의지를 담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의 통치가 정치·군사·외교 중심에서 사회·문화까지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또 “김정은이 모란봉 악단을 통해 ‘세계변화의 추세에 역행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고 해석했다. 조선중앙TV는 공연장면을 방영하며 김정은이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직접 개방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연 말미에는 미국 문화의 상징인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인형과 만화 ‘백설공주’의 한 장면이 나왔다. ‘비사회주의적’이라며 배격했던 미국 문화를 공연에 적극 활용했고, 이를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도 내보낸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10대 시절에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의 개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유훈통치가 끝나는 내년쯤 김정은이 ‘개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정책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공연에 대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음악공연에 디즈니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경제건설의 현장에서 세계적 추세에 대한 언급이 되풀이돼도 조선에는 적대국이 기대하고 바라던 ‘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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