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기에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2분기 들어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지만 화장품주, 특히 중저가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는 뚜렷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립스틱 효과'란 불황에 비교적 저가인 립스틱과 같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을 빗댄 용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인 코스맥스는 16.45% 뛰어 코스피지수(-0.76%)를 한참 웃도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3.96% 상승했다. 이들 두 종목은 지난 2분기 각각 38.35%, 28.81%씩 뛰어 유가증권시장 수익률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밖에 OEM 업체인 한국콜마(0.9%)와 로드샵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흡수한 LG생활건강(4.79%) 역시 비교적 우수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같은 기간 황제주인 아모레퍼시픽(-1.29%)은 시장 평균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증권업계에서는 중소형 화장품주 호조에 대해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 양호한 실적 전망 등이 최근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화장품 업체들은 최근 대표적인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주로 손꼽히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면서 정부가 내수 소비를 진작, 경기 성장세를 유지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외국인 매물 부담이 큰 대형주들 대비 중소형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종목장세가 펼쳐지면서 중소형 화장품주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시장 흐름이 부진해도 중국 인바운드(국내여행) 관광객 증가와 중국 소비시장 수혜 기대 등으로 에이블씨엔씨 등 중소형 화장품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 역시 "중국 수혜주인 동시에 안정적인 실적 전망과 경기 방어적 성격 등의 증시 불황기 '틈새시장' 조건의 교집합에 화장품주들이 들어맞아 우수한 수익률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저가 브랜드샵들이 호황을 나타내면서 중소형 업체들의 실적 성장이 돋보일 것이란 평가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화장품 주가는 매출 증가가 불황 때문인가 합리적 소비 패턴 변화의 결과인가가 중요한데, 현재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저가 화장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고가프리미엄 화장품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내외에서 형성돼 있는데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예상 PER이 15배란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74억원을 기록,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우수한 실적이 기대된다"며 "국내 브랜드샵 시장 호황의 최대 수혜주이고, 하반기에도 강한 실적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10분 현재 화장품주들은 약세장에서도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가 전날보다 1300원(2.06%) 뛴 6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고, 한국콜마(1.79%), 코스맥스(3.49%), LG생활건강(0.98%), 아모레퍼시픽(0.84%)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